채 충 환 평화제일교회 목사

편백나무 숲을 조성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늙은 감나무를 베어내고 심기 시작한 편백나무가 아직도 가녀린 아기처럼 여름장마에 무성한 잡초를 이기지 못하자 장마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동력 예초기로 몇 일에 걸려 풀을 베어주었다. 그러데 하마터면 일사병에 쓰러질뻔 하였다. 농작업이 힘들기는 해도 결과를 보면 즐거움이 배가 된다. 그래서인지 잡초가 무성하여 기계로 풀을 베는 것도 재미있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나 기계를 든 팔이 점점 내려가 쉴 때가 되었는데도 뙤약볕 아래서 ‘이것만 마치고 쉬자’고 했던 게 화근이 되어 그만 어질어질한 기분이 들었다. 작업을 중단하고 즉시 나무그늘에서 쉬었다가 집에 와서 찬물을 들이켜고 샤워를 한 다음 안정을 취하였더니 좋아지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시원한 것만 보이고 입맛이 사라진 것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장마가 끝나기가 무섭게 땡볕의 여름은 대지를 달궈 수은주를 올라가게 만들고 기다리던 시원한 바람은 오지 않았다. 이렇게 무서운 더위는 지구의 반대편 미국에서도 대단하였단다. 일사병으로 죽은 사람도 우리보다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1km 높이의 모래폭풍이 도시와 농장을 습격하여 엄청난 피해를 불러온 정말 나쁜 날씨였던 것이다. 그리고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태풍 ‘망온’의 영향으로 900mm의 기록적인 비와 홍수와 바람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정말 나쁜 날씨였다. 우리 광양지역은 30년 전만하여도 우리나라 최대의 다우(多雨)지역의 하나였다. 그런데 여천공단과 광양제철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금년은 하루 동안에 350mm의 비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물 폭탄을 맞았으니 ‘공단의 영향으로 비가 적었다’는 말은 유언비어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광양은 지리적으로 남해안에 속해 있어 태풍이라는 나쁜 날씨의 영향을 자주 받아 많은 피해를 입는 지역이다. 그러나 몇 해 전 재난지역으로 선포되어 소하천의 철저하고 완벽한 복구사업으로 이번 물 폭탄에는 크게 이상이 없었고 다만 일시적인 농경지 침수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면 참으로 잘된 일이다. 장마와 홍수, 태풍, 그리고 모래폭풍, 회오리바람, 땡볕의 고온현상, 눈사태와 추위 등은 모두가 나쁜 날씨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러한 나쁜 날씨를 변경할 수 없음을 알고 인간은 두려움과 경외함을 느끼고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하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문명과 문화는 자연과 기상재난을 이겨내며 얻은 위대한 것이고 인간적인 가치를 유지시키는데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하여 왔는가, 하고 심각하게 묻는다면 다소 회의적이다. 우리는 필요한 것을 얻으려고 자연과 치열한 싸움을 하여 어느 것은 더욱 좋게 안전하게 만들었지만 또 다른 부분에서는 많은 것을 잃으며 살아왔다. 이것이 환경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무더위를 위하여 에어컨을 켜게 된다.

그런데 에어컨에는 오존층을 파괴하는 냉매로서 프레온가스가 들어가고 많은 전기를 사용한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는 에너지를 태우면서 많은 탄산가스라는 유해물질을 배출하고 에어컨은 냉풍(冷風)을 만들기 위해 40℃라는 열을 밖으로 배출하므로 대지를 더욱 뜨겁게 하고 지구온난화를 일으키게 된다. 결국 이러한 순환과정을 놓고 보면 결국 그에 따른 피해는 우리가 다시 고스란하게 되돌려 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기술문명을 무조건 거부할 수는 없겠지만, 에어컨 하나를 켜더라도 이런 순환구조를 생각했으면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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