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보고(寶庫) 인지도 모르는 데” 나종년
“이미 마로산성에서 발굴 된 것, 발견 장소 지정은 어려워” 최상종
“마로라는 뜻이 ‘마르다’는 뜻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 정용락

평범한 정원에서 통일신라시대 기와 발견

기와 발견자 정용락 씨

전화 한 통이 본 신문사로 걸려왔다. 전화의 주인공은 정용락씨였다. 정씨는 얼마 전 우연히 집 마당에 있는 정원을 손보던 중, 눈에 뛰는 이상한 기와덩어리를 발견했다고 한다. 정씨는 직감적으로 보통 기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먼저 흙투성이로 범벅이 된 기와를 물로 깨끗하게 씻어냈다.
그랬더니 그 기와에는 선명하게 마로관(馬老官)이라는 글씨가 드러났다. 글씨는 금방 찍어낸 것처럼 너무나 선명해 천년의 세월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때부터 정씨의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 나름대로 이런저런 자문도 구하면서 노력을 했지만, 본인의 힘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일단은 광양 문화원에 임시로 대여(기증이나 기탁이 아닌)해 주고 전문가들의 판단을 받아 보기로 했다. 그리고 정씨는 이 기와에 맞는 마땅한 이름을 찾지 못하다가 기와가 덩어리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착안해 와괴(瓦塊)라고 스스로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그 와괴는 더 이상의 진척 상황을 보이지 않고 아무런 설명도 없이 광양문화원 유리관 속에 보관 돼 있다.

기와 한 조각의 의미

처음 기와가 발견된 정용락씨 앞마당

광양마로산성에는 지금도 이와 유사한 기와조각이 많이 흩어져 있다.
하지만 쓸 만한 유물은 국가 귀속이라 광양시민이 직접 구경하기는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그런데 이렇게 선명한 형태를 띠고 있는 기와가 발견됐다는 것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하겠다.
광양 문화원 나종년 사무국장도 빨리 이 와괴가 역사학적인 고증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현재 우리문화원에 세 가지 자랑거리가 있는데 첫째, 문화원 천장을 개방했다는 점이고, 둘째는 비록 모형이지만 쌍사자석등이 있다는 것이고 마지막이 바로 이번에 발견된 통일신라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기와 덩어립니다. 어쩌면 저 기와가 역사적으로 큰 가치를 가지고 있는 보고(寶庫)인지도 모르는데 저렇게 방치 되다시피 해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라며 아무런 고증도 없이 방치 돼 있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상종 광양시 학예사의 입장은 다르다.
최씨는 “이번에 발견된 기와가 통일신라시대의 것은 확실합니다. 이는 마로산성발굴조사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고요. 문제는 정용락씨 집에서 발견되기는 했지만, 발굴된 집이 처음부터 정용락씨가 거주했던 것은 아니고 이사 온 후라 발견 장소를 지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기증이나 기탁 받은 것도 아닌 '대여' 상태라 확실히 뭐라고 결정짓기 쉬운 일은 아닙니다.” 라며 조심스런 소견을 밝혔다.
단, 현재는 아무런 부연 설명이 돼 있지 않지만, 발견한 사람 정도의 이름은 써 붙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밀을 품고 있는 마로관(馬老官) 한자

도대체 정용락씨 정원에서 발견된 통일신라시대 기와덩어리가 어떤 역사적인 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다. 기와는 마치 천년의 진실을 꾹 숨겨두고 “어디 한 번 나에 대해 재주껏 알아보라”고 심술을 부리는 것처럼 보였다.
정용락씨 정원에서 발견된 기와에는 이제 막 찍어낸 듯한 글씨가 선명한 글씨체로 馬老官(마로관)이라고 쓰여 있다.
누가 보아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글씨체다.
정씨는 ‘마로’라는 말이 한자와 직접 관련이 없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도 한 때는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친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런 의문은 당연히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한글이라는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소리를 한자로 음만 따다 붙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문제였다. 기껏해야 신라 시대 때 이두나 향찰이 있었지만 결국 실용화되지 못하고 사라진 것을 생각하면 정 씨의 주장이 일리는 있어 보였다. 사실 ‘마로’라는 말은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현 국어학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루, 마로, 머리는 으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순수한 우리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종교를 ‘으뜸가르침’이라는 뜻을 써서 마루 종(宗)이라고 하며, 또 우리나라 산 꼭대기를 가리켜 산마루라고 지금도 쓰는 것을 보면 일견 일리는 있어 보였다. 우리 몸에 붙어 있는 머리도 알고 보면 제일 위에 있다는 사실이 이를 어느 정도 입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광양이 ‘으뜸골‘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정씨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한때는 광양을 희양(晞陽)이라 불렀는데, 희(晞) 자가 원래는 ‘마를 희’ 자였던 것으로 보아 마루는 '건조하다'는 뜻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그래서 정용락씨는 이순신 장군이 태어난 건천동이 순 우리말로는 ‘마르내골’이었다는 사실을 들어 아마 광양에서 사용하는 마루도 어쩌면 마름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은 또 일리가 있다. 광양이라는 한자가 빛과 관계돼 있는데, 빛은 물을 건조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기본상식이다. 그렇다면 마루는 으뜸이나 꼭대기 보다는 마름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햇빛을 내는 발광체가 태양이라는 사실과 연결을 해 보면 두 가지 뜻이 묘하게 들어맞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태양은 항상 으뜸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백제라는 뜻도 그렇다. 百은 숫자라는 뜻도 있지만 밝고 크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이런 풀이는 형태만 약간씩 달랐을 뿐, 태백산이나, 배달의 민족이나 조선 등으로 면면이 이어져 내려 왔던 것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다. 그래서 이집트인들은 ‘파라오’를 태양의 아들이라고 불렀는데, 바로 최고(으뜸)라는 뜻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어원을 확대해석한 것이지만, 문헌이 전혀 남아 있지 않는 현재로써는 그렇게 추측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제 마로관 기와는 어떤 형태가 됐건 시대적인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비록 역사는 상상력을 배제한다고 하지만, 출발은 언제나 상상력에서 시작되는 게 역사가 아니겠는가.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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