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채수 광양경찰서 정보보안과장

며칠 전 마린센터의 행사장을 다녀 오던 길이었다. 홈플러스 사거리 진입 직전에 정지신호등이 켜져 우리가 타고 가던 차가 멈춰서는 순간 뒤따라 오던 대형 트럭 2대가 정지신호도 무시한 채, 마치 앞서가던 우리 차가 정지신호에 멈춰 선 것이 언짢다는 듯이 요란한 굉음과 경적을 울리며 쏜살같이 옆 차로로 내달렸다. 순간 가슴이 섬뜩했다. 만약 그 대형 트럭이 우리 차와 같은 차선을 뒤따라 진행 중이었다면 급제동을 하였더라도 달리는 속도를 감안하면 추돌했을 것은 뻔하다.
그 후 일은 상상하기도 싫었다. 이러한 일은 우리가 운전하면서 간혹 경험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날 일은 정말 다시는 기억 하기도 싫다.
앞차가 신호를 지키기 위해 정지하거나 출발을 좀 늦게 할 때, 운전이 서툴러 주저할 때는 요란하게 경적을 울려대고 방향 등도 켜지 않은 채 갑자기 끼어드는 것은 예사다. 또 편도 1차로의 좁은 도로에 무단으로 장시간 주차하거나 심지어는 음주운전도 대수롭게 않게 여기는 태도 등 이 모든 이야기는 우리 운전 문화의 현주소다. 심지어 법규를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 법규위반이 일상화 되어버렸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의 전환과 법규준수에 대한 상호 신뢰가 시민 스스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공권력이 간여하여 엄격하고 공정하게 신뢰를 제고 시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광양경찰서에서는 6월 한 달을 교통질서와 기초질서 계도기간으로 설정, 충분한 홍보와 계도를 한 후 7월부터는 법규위반에 대한 엄격하고 집중적인 단속을 벌일 예정이다. 물론 단속만이 능사는 결코 아니다. 이러한 단속 여부를 떠나 질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시민 각자 생각 속에 자리잡아 생활화로 실천될 때 "시민과 함께 만드는 꿈과 희망의 도시 광양"이 될 것이다.
필자가 여러 시, 군을 근무해본 경험으로 볼 때 재정 자립도 도내 1위인 광양의 교통시설물의 실태는 무척 실망스럽다. 교통업무는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생명산업이다. 그 어떤 분야보다도 소홀히 해서는 결코 안 되는 분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지역의 열악한 교통시설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었다고 생각해보자. 가장을 잃은 그 가정은 누굴 의지하며 살아 갈 것인가! 정든 부모 형제를 잃은 가족들의 큰 슬픔과 아픈 상처는 어떻게 치유 해줄 수 있겠는가! 시민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도로 하나 더 뚫고 다리 하나 더 놓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시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생명산업인 교통시설물 확충에도 과감한 투자를 권하고 싶다. 이러한 우리들의 노력들이 모아져 법과 질서를 준수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 된다면 ‘더불어 잘사는 행복한 도시 광양’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을 확신한다.

데스크  -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