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같은 며느리, 지혜로운 아내, 친구 같은 엄마이고 싶어”

야무져 보이지만 고운 얼굴, 중국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한국인보다 더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다문화가정의 참한 며느리 이채숙 씨를 만났다.

어버이날 효부상 부담스러워
3년 전에는 광양시장으로부터 부부상, 올해 어버이날에는 전남도지사로부터 효부상을 수상한 이채숙씨. 중국 조선족인 그는 함께 살뿐인데 좋은 상을 주셔서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한다.
“저희가 둘째 아들인데 형님 내외가 타지에 살기 때문에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어요. 올해 어버이날에 영광스럽게도 효부상을 받았는데 부모님과 같이 살뿐 제가 특별히 잘해드린 것이 없거든요. 오히려 부모님 사랑을 많이 받고 사는 저로서는 미안하더군요”
광양시 진상면 어치리에서 살고 있는 그는 2~3년 후 다시 서울로 올라갈 생각으로 내려왔으나 부모님과 살다 보니 지금은 이곳에서 사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한국에 온 지 14년 됐어요. 중1학년과 초등 2학년에 다니는 아들 둘을 둔 주부입니다. 처음 한국에 결혼해 왔을 때는 서울에서 중매해준 시고모님 댁에서 함께 살았어요. 건설업을 하던 남편이 연로한 부모님과 함께 살자고 해서 고향으로 내려온 지 9년 됐습니다”문화가 틀리지만 모든 것을 이해해주고 배려 깊은 어머니가 있어 행복하다는 그.
“저희 어머니는 모든 것이 다 제 편이예요. 제가 결혼해보니 시할머님이 계셨는데 할머니를 지극 정성으로 모신 어머니라서 저를 더 많이 이해해주십니다. 특히 제가 반찬을 하면 온 가족이 맛있다고 해서 기분이 좋아요. 남편과 아이들은 엄마가 해준 반찬이 제일 맛있다고 말하니 제가 진짜 반찬을 잘한다는 착각 속에 삽니다”
그는 중국에 살 때는 거의 가정 일을 하지 않았다가 오히려 한국에 와서 음식을 배우다 보니 중국 음식보다 한국 음식 만드는 것이 더 익숙하다며 전생에 한국 사람이 아니었을까라며 활짝 웃었다.

중국어 강사 3년 째, 할일 무궁무진하다
“중국에서는 회계, 출납 일을 했어요. 한국에 와서도 서울에 있을 때는 회계업무를 맡아 일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다른 선생님이 되어 있습니다”
이채숙씨는 방과후 중국어 강사로 뛰고 있는지 3년째다.
“항만물류고, 진상중학교, 제철남초등학교, 옥룡초등학교에서 방과후 중국어 강사로 일합니다. 솔직 단백한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이 행복시간이에요”
가르치는 문법을 하나하나 익혀가며 잘 따라 줄 때, 멀리서 선생님하고 부르며 쪼르르 달려 올 때 감격해서 눈물이 난다는 그는 할 일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방송통신대학 중문과를 다니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회복지학과도 공부하고 싶어요. 그리고 강사가 아니라 교사가 되기 위해 임용고시도 볼 생각입니다”배울수록 배우고 싶은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그는 각가지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서울에 시험 보러 자주 가는데 가까운 지역에서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제도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한다. 또 그는 아이들이 중국인인지 모를 정도로 한국말에 익숙해 있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결혼해서 몇 년 동안 중국 친정에 한번도 전화를 안 했어요. 중국어를 쓰다 보면 한국어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였죠. 다문화가정 사람들과 만날 때도 한국어로 말을 합니다. 그 덕분에 한국어를 다른 사람보다 빨리 배웠습니다”
다문화가정의 좋은 점은 아이들이 2개 국어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저희 아이들은 학교 다니기 전에는 중국어를 가르치지 않았어요. 그러나 중국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중국어를 가르치는데 정확한 발음을 구사할 때 기특해요”

자상한 남편 덕에 행복 지수 높아
“남편과 시부모님은 늘 한결같아 좋아요.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가족이라는 끈끈한 정이 있습니다. 남편은 우리 가족 최고로 멋지게 살자고 말합니다. 집에만 있을 때는 몰랐는데 간혹 속 썩힌다는 다문화가정의 주부들을 만날 때마다 가족을 최고 우선 순위에 두는 남편에게 감사한 생각이 듭니다. 또 제가 방과후 수업 교사를 하다 보니 집에 늦게 들어가는데 어머님이 거실에서 항상 저를 기다려줘요. 그럴 때마다 감사하고 고맙다는 생각을 합니다”
타국인데 누군가가 기다려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행복이 아니겠냐고 한다. 가장 자신 있는 것이 대인관계, 즉 사람과 잘 사귀는 성품이라고 자신을 표현하는 이채숙씨,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그는 바람이 있다면 딸 같은 며느리, 지혜로운 아내,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조경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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