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생활 마감하고 자연인으로 삽니다”

38년 교직생활을 마감하고 작은 텃밭을 가꾸며 전원 속의 삶을 즐기고 있는 前 광양제철고 조영현 교장 선생님을 만났다.

첫 발령지가 가장 기억에 남아
“2002년에 퇴임했으니 벌써 9년 됐습니다. 무료하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그동안 못다한 일들 하느라 나름대로 바쁘게 살고 있어요. 날마다 아내와 산행을 하고 텃밭을 가꾸며 사는 삶이 여유롭고 건강의 비결인 듯싶습니다”
학교 근무할 때보다 더 건강해졌다는 조교장은 교직생활 38년 중 14년을 교장으로 근무했다.
“순천 사범대를 나와 조선대학교 대학원 졸업 후 첫 발령지가 조대부고였습니다. 첫 부임지여서인지 그 때의 기억이 가장 많이 남으며 제자들은 지금도 스승의 날은 초대를 하지요. 조대부고 제자들이 광양에 많으며 대부분 사회의 모범이 되는 자리에 있어 뿌듯합니다. 지금은 모두 60고개를 넘긴 제자들이지요. 조대부고에서 교직생활 6년, 광주 석산고에서 7년을 근무하고 교장으로 승진하려고 시험을 치뤄 공립학교로 갔습니다”
조 교장은 사회와 영어를 전공했으며 경제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광양제철고 교장으로 14년 근무
공립학교 첫 발령지는 해남 부평고였으며 그곳에 있을 때 우수교사로 선정돼 대통령 훈장을 받았다고 한다.
“그 때는 젊었으니 열정이 가득했죠. 아이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 낙이었으니까요. 해남에서 다시 목포상고로 발령받아 근무하고 있는데 포스코 교육재단에서 교감, 교장을 채용한다는 공문이 왔어요. 그때 파격적인 대우라 누구나 도전하고 싶은 자리였습니다. 처음 신설되는 회사재단 학교라 대우도 좋고 교육여건도 좋았지요. 전국적으로 모집을 했고 조건이 까다로웠습니다. 고향으로 가서 후학을 키우자는 생각으로 서류를 냈는데 알고 보니 제가 전남교육청으로부터 추천 1순위였더군요. 그 당시 점수제로 내건 조건이 거의 맞았고 더구나 고향이 옥곡이다 보니 더 적격이었는지 모릅니다”
1985년 3월5일 광양제철소 1기 준공과 맞추어 광양제철유치원, 광양제철초등학교, 광양제철중학교가 개교됐다.
“1985년 광양제철중학교 교감이면서 교장 직무대행으로 포스코 교육재단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2년 후 광양제철고가 개교 됐습니다. 저는 1988년 2대 광양제철고 교장으로 취임하여 14년 동안 교장으로 재임하다 2002년 정년퇴임을 했습니다”

잊혀지지 않는 스승은 ‘이용진 선생님’
“가장 기억에 남는 스승이 있습니다. 제가 옥곡초등학교를 졸업했는데 5학년과 6학년 담임을 맡았던 이용진 선생님의 특별한 가르침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국가관과 교육관이 투철하고 신념이 강했으며 정이 많았던 스승이었습니다. 나중에 선생님은 육군장교로 갔는데 선생님이 심어준 국가관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 당시 6.25로 힘든 시기였는데 수업시작하기 전에 항상 6.25 노래를 부르며 나라를 걱정한 분이었지요”
옥곡초등학교 20회 졸업생이라는 조교장은 그 당시에 180명이 입학했는데 졸업은 100여명밖에 할 수 없는 가난한 시절이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동창회를 지금도 합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졸업을 하지 못했던 친구들도 함께 동창회를 하고 있어요”

지식전달만 하면 교육자가 아니다
“교육자가 지식만 전달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지식은 요즘 인터넷에 가면 더 정확하게 나와있지요. 진정한 교육자란 학생들에게 좌절하지 않도록 힘을 북돋아주고 꿈을 키워주며 소신을 가질 수 있도록 개발해주는 역할까지 해줘야 합니다. 또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가치관을 찾아 가면 성공할 수 있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살 수 있습니다. 그것은 행복하고도 연관이 되지요”
퇴직 후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직을 역임하고 지금은 초·중·고 승진 인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제철고 교장을 할 때 잊지 못할 학생이 한 명 있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데 공부를 아주 잘했지요. 그 아이가 과학고로 진학을 한다기에 광양제철고로 진학을 하게 해 많은 뒷바라지를 해줬지요. 여러 가지로 고난도 많았지만 지금은 수원지법 판사가 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런 것이 교육의 멋입니다. 저는 다시 태어나도 교육자가 되고 싶습니다. 교육자의 길은 희망입니다. 빛이지요”
조 교장은 진정한 교육자란 보편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퇴직 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옥곡 고향에서 사는 조 교장, 그는 전원주택에서 무농약 먹거리를 재배하고 여행, 운동을 하며 사는 것은 축복이라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조경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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