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참 많이 변했다. 불과 60년대만 해도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키우자고 하더니, 이제는 더 낳아야 한다며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아니, 나라전체가 비상이 걸렸다. 인구 규모가 곧 경제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남의 집 불구경하듯 그렇게 방관만할 수 없는 문제다. 만약 이대로 간다면 20년 후쯤이면 사람도 수입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정부는 정부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이런저런 당근책을 제시하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광양시와 ‘아이낳기 좋은 세상 광양운동본부'는 저출산 극복사업에 대한 점검과 향후 자체사업 개발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각 분과별 대표들이 참석해 이런저런 대안을 제시했지만 속 시원한 대안은 마련하지 못한 채 일단은 아이 낳기 좋은 세상 광양운동본부를 중심으로 좋은 방안을 찾아보기로 협의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사실 내 마음 같아서는 아이를 하나 더 낳고 싶은 생각도 없잖아 있지만 아이 하나 대학교까지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을 생각하면 언감생심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슬쩍 지나가는 소리로 아이들에게 물어 보았다. “우리 동생하나 더 만들면 안 될까?" 그러자 세 아이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강하게 반대를 하고 나섰다. 큰놈은 만약 동생을 가지게 되면 가출(?)을 하겠다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하기도 했다. 돈이 아니면 도저히 키워낼 수 없는 이런 사회적인 구조 속에 아이를 낳아 어떻게 하겠느냐는 눈총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자꾸 저출산 타령을 하고 있으니 서로가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생각 같아서는 세금을 대폭 올려서라도 대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시켜준다면 일단 급한 불은 끄지 싶지만, 이 또한 현실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소모적으로 조금씩 지원 되는 단발성 투자 보다는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적어도 셋째 아이 정도는 대학교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런 문제는 정부와 기업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인구 감소는 인력감소로 이어져 결국은 시장이 수축 돼 경제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정규직에 대한 문제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 고용 비중의 증가 등으로 고용불안이 계속 이어진다면 젊은 사람들은 결혼을 회피할 것이고 설령 한다고 해도 아이는 낳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은 선진국 국민에 비해 경제적 불안감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과 일자리의 안전성을 보여주는 ILO 경제안전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세계 32위를 차지한 것만 봐도 이를 입증하고 남는다. 방귀깨나 낀다는 나라와 견줘보면 최하위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천불생무록지인(天不生無祿之人)이라는 말처럼, 태어날 때 제 밥그릇 다 가지고 태어나는 법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데 고민이 있다. 가지고 태어난 밥그릇조차 빼앗길 판이니 어느 강심장이 아이를 낳으려고 하겠는가. 하지만 셋째를 대학까지 책임져 준다면 지금이라도 깊이 고려는 해 보겠다. 참, 본 신문사에도 두명의 무공해 총각이 아까운 자원을 묵혀 두고 있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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