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연 숙 중마노인복지관 관장

현대과학의 발달은 인간의 수명을 꾸준히 증가시키고, 그 결과 노인 인구는 젊은 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급속히 늘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핵가족화와 산업화의 진행과 개인주의의 등장과 같은 사회변화로 소위 빈 둥지 기간이 과거에 비해 훨씬 늘어나고 이로 인한 노인의 외로움과 고독에 대한 문제를 간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현대 사회의 성(性)에 대한 개방화의 물결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성문화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성(性)에 대한 주제가 오락, 예술, 문화 등 사회의 각 분야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면서 활발한 성 담론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을 타고 2002년 노인의 성(性)과 사랑을 다룬 영화 ‘죽어도 좋아’(Too Young To Die)는 우리 사회에 노년의 성(性)에 대해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지난해 제작상영이 된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I Love You)는 노인의 성(性)과 사랑을 다룬 강풀(본명 강도영)의 만화를 영화한 것으로 관객 150만 이상을 돌파하면서 우리 사회에 노년의 깊은 사랑과 헌신, 그리고 노년의 새로운 사랑의 시작을 감동적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몸이 성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신체적으로 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성생활은 연령제한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즉 최소한의 요건만 갖춘다면 노인이라도 70세 이후까지 성적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사회활동에서 은퇴한 노령에게는 성(性)이 젊은 사람에게보다 더 중요한 것이 됩니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적으로 성(性) 그 자체는 사회적으로 타부(Taboo)시 되는 경향이 있어 왔으며 더욱이 노인의 성(性)을 운운한다는 것은 사회적인 통념상 받아들이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 분야의 많은 연구들에 의하면 노년기의 규칙적인 성생활은 노인에게 있어서 위험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또한 성교(性交) 불능이 반드시 노년의 불가피한 현상이 아님을 노인 자신이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하였습니다. 성생활은 결코 신체적인 성행위 자체만이 아니라 심리 사회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하고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노인들이 성생활에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보다 만족스럽고 행복한 노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인의 성(性)을 수치나 노망 등으로 간주하는 부정적인 사회적 태도를 바꾸어 노년의 성문화를 건전하고 건강하게 정착시킬 수 있도록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해 나가야할 것입니다. 5월 어버이주간을 맞이하여 중마노인복지관에서는 혼자되신 노인들이 이성 친구를 찾을 수 있는 행사(‘실버 사랑의 작대기’)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성의 친구를 공개적으로 구한다는 상황이 아직은 우리 지역 노인들에게는 겸연쩍고 주책부리는 일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 지역 노인들의 새로운 사랑을 찾고자하는 욕구를 쉬쉬하는 분위기는 우리지역에도 이른바 ‘박카스 아줌마', ‘다람쥐 아줌마’(음성적, 불법적 노인성매매의 상징)가 등장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합니다. 이는 곧 노인의 성 문제를 더 이상 개인적인 차원의 것으로 놔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불륜과 쾌락적 성문화는 경계해야하지만 건강하고 건전한 노인의 성문화 정착을 위한 지역사회 전체의 노력은 노인 개개인의 삶을 풍부하게 하여 노인 개인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여 주게 될 것입니다. 그 것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젊은 사람이든 나이든 사람이든 그 사랑이 누구의 사랑이든 사랑은 인간이 영원히 바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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