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천지가 꽃 세상이다. 매화가 지고 나니 벚꽃이 연분홍 꽃구름을 산천에 피어 올린다. 꽃구경 인파가 구름처럼 모여들어 꽃구경, 사람구경에 봄날은 그저 신명이 난다.
매화 마을에서 경남 하동을 거쳐 구례로 이어지는 섬진강변 19번 국도. 국내 최대 규모의 벚꽃길인 경남 하동 화개장터 십리벚꽃이 지난 주말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해 오는 10일을 전후해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구불구불 화개천을 따라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길은 약 5km. 그 환상적인 꽃길을 주제로 열리던 제19회 화개장터 벚꽃축제는 구제역 파동으로 취소다. 그러나 절정인 벚꽃을 보려면 이번 주에 나서면 최고의 순간을 만날 수 있다.
호남과 영남의 접경지역에 있는 화개장터와 섬진강일대의 벚꽃은 2차선 도로라서 차는 막히지만 그 대신 양쪽 벚꽃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는가 하면 하늘을 가리고 봄 노래로 즐겁다. 특히 화개장터에서부터 쌍계사로 이어지는 벚꽃길은 40∼50년 된 벚나무들이 길가에 빽빽이 서 있다. 그야말로 휘휘 늘어진 벚꽃들은 화개천 계곡에도 고개를 내민다. 눈에 들어오는 것 모두가 연분홍빛 꽃물이다. 김용택시인은 “바람에 날리는 꽃 이파리를 보며 어찌 인생을, 사랑을, 섬진강 노래를 하지 않고 견디겠는가”라고 표현했다.

하얀 꽃잎은 꽃 비가 된다
전국에서도 알아준다는 벚꽃 군락지 초입에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라는 간판이 서 있다. 흐드러지게 핀 화개 벚꽃길은 흔히 ‘혼례길’이라고도 부른다. 남녀가 꽃비를 맞으며 이 길을 걸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만큼 이 꽃길은 낭만적이고 인상적이어서 잊혀지지 않는다. 여기에 사알짝 봄바람이라도 불면 바람에 날리는 연분홍 꽃 비, 그 꽃 비에 모두들 감탄하느라 차도 사람도 멈추고 만다. 하늘과 땅, 천지가 연분홍 빛에 물드는 순간이기도 하다. 벚꽃은 잠깐 피고 떨어져 짧은 봄날에 마침표를 찍지만 누구라도 시인이 될 수밖에 없다.
섬진강이 있어 더 아름다운 하동 벚꽃십리길, 그 길에는 벚꽃 말고도 볼거리가 다양하다. 조영남씨가 노래를 불러 더 유명해진 화개장터는 8·15해방 전까지 전국 5대 시장 가운데 하나였을 만큼 활발했던 장이며 지금도 전국에서 찾은 관광객들까지 어우러져 장이 열리고 있다. 주변 악양면에는 소설 ‘토지'의 주무대 최참판댁을 비롯해 악양들판, 쌍계사, 평사리공원, 삼성궁,청학동,칠불사,녹차시배지, 화개계곡 등의 관광지도 볼거리다. 화개장터에서 화개천을 넘어 쌍계사로 가는 길목에는 벚꽃뿐만 아니라 초록빛 야생차밭도 줄줄이 펼쳐져 십리벚꽃길의 멋을 더해주며 특히 쌍계사는 해질 무렵 산자락에 울려 퍼지는 법고와 목어, 은은한 범종소리를 듣는 느낌도 좋다.
봄의 전령 매화가 한바탕 흐드러지게 피고 난 뒤 이어서 배턴을 받은 섬진강 벚꽃십리길. 이 꽃이 지고 나면 하동 배 밭의 하얀 배꽃이 여인네의 속살처럼 싱그러운 자태를 뽐낼 것이다. 배꽃은 유난히 토톰한 입술로 사진작가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꽃이기도 하다. ‘꽃의 고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섬진강가로 꽃비 맞을 채비를 하고 지금 나서자. 꽃 노래, 봄 노래로 당신의 삶을 아름답게 채색할 수 있을 것이다.

찾아가는 길
대진고속도로 서진주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하동 19번 국도→ 화개장터에 도착한다. 남해고속도로를 탈 경우 하동 인터체인지→ 하동 19번 국도→ 화개장터다.

조경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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