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월도 아닌데 갑자기 몇몇 사람들에게 된서리가 내리고 있다. 꽃샘 추위는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우리에게 희망의 봄을 가져다 주지만 꽁꽁 얼게 만든 된서리는 어떻게 녹여야 할까?

두 번이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신정아씨 이야기, 그 첫 번째는 학력위조와 거물들과의 밀회. 두 번째는 4년 만에 나타나 자서전으로 거물들의 이야기를 곱씹어 오뉴월도 아닌데 된서리를 뿌리고 있다.

누가 알세라 숨도 크게 쉬지 못할 밀회를 보란 듯이 책으로 내놓는 대담성, 그것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거물들 이름을 실명 공개했다. 이름이 거론된 사람들은 죽을 맛이겠지만 독자들은 그 비명이 즐거운 듯 책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고 한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을 실명 거론한 것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데 성공한 모양이다.

5만부 초판 발행이 동이 나 재판을 찍는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밀회 농도가 얼마나 짙은지 구경꾼들의 심리가 책 판매 부수를 늘려주는 꼴인데 신씨는 학력을 위조하고 공금횡령과 불륜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간베스트에다 국내도서종합 2위의 판매부수를 자랑해서 돈 방석에 앉게 됐다. 그나저나 책 제목을 자신의 수인번호로 붙일 생각부터가 보통 사람이 아님에 틀림없다. 대부분 유죄 판결을 받으면 별을 단다고 하는데 그는 수인번호로 별을 딴 셈이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신정아씨의 자전 에세이 ‘4001’, 남을 향해 도덕적 관념 제로라고 폭로할 게 아니라 여자라면 불륜을 저지른 자신의 도덕적 관념은 제로보다 더 낮은 마이너스로 부끄러워 고개 숙일 일이다. 또 틈새를 주지 않으면 여자의 마음은 절대 훔칠 수가 없음인데 같은 여자로서 알다가도 모를 일이 너무나 많다. ‘모두가 나를 사랑했다, 난 남자의 마음을 훔치는 매력있는 여자’ 라고 정권 실세 유부남과의 밀애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을까!

‘4001’ 프롤로그에서 “한 번쯤은 신정아가 하는 이야기도 들어달라고 조르고 싶었다”며 자신의 명예 회복을 말했다는데 그처럼 명예를 중요시한다면 자서전을 통해 자신을 좀더 깨끗한 이미지로 그려냈더라면 좋았을 것을, 또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리지 말고 자숙하는 글로 채웠더라면 일류 큐레이터에서 학력위조, 불륜의 여자로 낙인 찍힌 이미지를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을, 추한 여자로 더 깊이 추락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

그리고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 나는 법인데 유부남과 밀애가 사랑이고 자신을 치근덕 거린 사람은 도덕관념 제로라고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마치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란 말과 일맥상통하는 자기 변명, 내 탓은 찾아 볼 수 없고 누구를 탓하는지 참 기가 막힐 일이다.

그나저나 치근덕 거린 유명 인사의 이름을 밝힌 책이 불티나게 팔려 억대 이익을 올릴 것이라니 돈에 눈이 어두운 여자가 또 있을 수 있다. 불륜의 치마폭에 놀아나는 남자들이 있다면 제발 그 주인공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세상이 변해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된서리를 맞지 않기를 바라며 정신 똑바로 차리는 것,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조경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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