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 누구 허락받고 이렇게 들어 왔어!” 가야산 골프장 관리팀장이 눈알을 부라리며 달려들었다. 기자는 가야산 골프장 아래에 살고 있는 주민의 제보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현장은 골프장 언덕에 돌을 쌓아 축대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주변은 성성한 나무들이 뿌리가 뽑힌 채 나뒹굴고 있었고, 얼기설기 쌓아 놓은 축대는 금방이라도 앞으로 쏟아질 것 같아 접근하기가 무서울 정도였다.

정말 저렇게 공사하도록 방치한 광양시의 무관심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골프장 내부였다. 실랑이를 벌이며 들어간 골프장은 개장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다소 한산해 보였다. 그러나 막상 카트 길을 따라 돌아본 결과 이것은 거의 재앙수준에 가까웠다.

산자락마다 깎아지른 언덕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았으며, 민 언덕에 심어놓은 잔디는 곳곳이 갈라지고 있었다. 이런 곳에 이런 수준의 골프장이 건설된다는 그 자체가 정말 미스터리 할 뿐이었다.

당장 올 여름에 장맛비가 오게 되면 그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 눈에 선해 보였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번에 내린 봄비 때문에 골프장 아래 살고 있는 안 모씨 닭이 모두 폐사당한 일만 보더라도 그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 불을 보듯 뻔해보였다. 다들 알다시피 가야산은 처음부터 골프장이 들어설 곳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그렇게 골프장을 허가해준 배경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한 마디로 말해 이것은 골프장이 아니라, 환경을 파괴한 재앙의 장소에 불과했다. 이제 골프장이 황금알을 낳는 시대는 한물 지났다. 현재 많은 골프장들이 경영난 때문에 도산 위기에 처해 있고 회원권 가격도 절반으로 떨어진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가까운 이웃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마구잡이식으로 골프장을 건설했다가 거품이 빠지면서 전체 골프장 3분의 1이 문을 닫았고, 회원권은 무려 10분의 1 수준 이하로 대폭락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골프장을 지으려고 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지나치게 높은 회원권 분양가와 다른 복합시설을 함께 운영할 수 있는 레저단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골프장이 공익시설로 둔갑해 있어 건설허가가 쉬운 것은 물론, 건설예정부지 80%를 매입하면 나머지 20%는 개인소유지라도 강제 수용할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골프장을 건설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좋다. 이왕 건설된 것 그렇다 치고, 향후 발생하게 될 환경재앙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 지역 환경단체들이 팔을 걷어 부치고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사업자 한 사람의 욕심 때문에 가야산이 이렇게 망가진 것도 억울한데, 그 피해까지 시민들이 떠안게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문제 아닌가. 제발 사후약방문식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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