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에서 시작된 자스민 시민혁명이 인권탄압과 부정부패를 일으키는 장기 독재정권을 종식시키는 성공을 거두면서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지금 카다피가 내전을 선포하고 전투기까지 동원하여 비무장의 시민을 학살하는 모습은 31년 전 광주에서 신군부 전두환의 정권장악 기도를 반대하던 비무장 시민에게 공수부대가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수 백 명을 살상한 5.18의 그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민중들은 이처럼 새로운 세상을 위해 아낌없이 자기 한 몸을 던져 왔다.

3.1독립만세 운동만 해도 그렇다. 일본총독부는 비무장 평화적 시위를 벌이는 군중에 대해 무자비한 공격을 가해 수많은 사람이 학살, 부상, 투옥되는 참사가 벌어졌으며, 민족대표를 위시한 지도자 47명을 내란죄로 기소했다.

그리고 당시 상황을 보면, 3.1만세운동이 3개월 이상 지속되었으며, 집회 회수 1542회, 참가 인원 숫자가 전 국민의 10분의 1에 달하는 202만 3089명, 사망자수 7509명, 부상자 1만 5961명, 검거자 5만 2770명, 불탄 기독교회 47개소, 학교 2개소, 민가 715채 등 상상을 초월하는 비극을 겪었다.

이 거국적인 독립운동은 일제의 잔인한 탄압으로 비록 많은 희생자를 낸 채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대내외적으로는 우리 민족의 독립정신을 선명히 드러내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일본은 세계에 유례없는 공포와 잔학한 통치를 감행하여 우리민족의 집회와 결사를 무력으로 진압해 피를 보았으며 강압적인 착취와 수탈은 생존권을 위협했다.

특히 강제 동원된 우리 아버지들은 골병들어 죽어갔으며 살아서 돌아온 사람도 질병과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려 왔지만 지금가지 아무런 보상이나 대가도 받지 못한 채 그렇게 살아왔다. 패전한 일본이 경제적 부흥이 이루어지고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경제개발 계획에 필요한 자금을 구한다는 명목으로 일본에게 무상 3억, 유상 2억, 상업차관 3억 달러 등 총 8억 달러로 일괄 타결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부상자를 포함한 생존자는 보상대상에서 제외시키고 보상대상도 103만 2600여명의 개인보상금을 받아 겨우 사망자 8000여명에 30만원씩 지급하고 나머지는 경제개발 사업에 유용했지만, 정작 강제동원 된 징병자에 대한 보상이 이루지지 않고 있으니, 이는 엄밀히 말해 국가가 보상금을 횡령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았다. 아직도 생존해 있거나 아니면 자식들이 있기 때문에 의지만 있다면 당장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일본의 진정한 사죄는 희생자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 진 다음이어야 한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김종필과 일본의 오히라 외상 간에 체결된 한일협정비준의 서명으로 더 이상의 보상청구가 어렵게 되어있다는 점이다. 이제 과거 일제 문제는 단순히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근대에 들어 국민을 속이고 몰래 배상협정에 사인을 하고만 김종필에게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한일 관계는 아직도 풀어야 숙제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그로고 보니 또 이런 가운데 92주년을 맞이하게 되는 3.1일절이 지났다. 반드시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3.1절이 그렇다.

채 충 환 평화제일교회 목사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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