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이마가 빨래판이 될 때가 있다. 필자 역시 늘 아내에게 지청구를 먹는다. 제발 세상의 근심걱정 혼자서 다 지고 사는 사람처럼 굴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한 번 습관으로 자리를 잡고나자 그게 쉽지 않다. 세상 일이란 게 끝도 없는 일이고 또 문제는 늘 발생하기 때문에 너무 집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감정에 쉽게 휘둘리지 않고 조금은 즐기면서 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다. 세월이 내게 한 수 가르쳐 준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집착을 하지 않으니 많은 게 가벼워졌다. 생각이 가벼워지니 마음도 가벼워지고 마음이 가벼워지니 생활에 활력이 도는 것을 느낀다.

#사람 살아가는 일, 알고 보면 그렇게 심각한 것도 아닌데, 때로는 왜 그렇게 빨래판 얼굴을 하고 사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흔히 우리나라 사람처럼 감정의 기복이 심한 사람도 드물다고 하는데, 내 자신을 보니 그런 것 같다고 동의하게 된다. 나도 종종 기분파일 때가 많다. 기분파라고 해서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겠지만, 왠지 감정에 휘둘리고 산다는 느낌이 들어 썩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기분의 노예가 되느냐 주인이 되느냐 하는 점이다.

#기분은 감정이 보낸 메아리라는 말이 있다. 기분은 감정이 남긴 여운인 셈이다. 알고 보면 우리는 날마다 기(氣)의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떤 심리학자가 말하기를 부정적인 수치에서 긍정적인 수치를 뺀 값이 기분이라고 하는데, 일견 맞는 말이지 싶다. 그리고 감정도 소모가 되기 때문에 적절할 때마다 재고량을 채워줄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감정의 기복을 오가며 살아간다. 기쁨과 슬픔, 긍정과 부정 사이를 왕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새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머리에 집을 짓는 것은 막을 수 있는 것처럼 부정적인 새가 내 마음에 둥지를 틀게 해서는 안 된다.

#흔히 기쁨 한 잔은 슬픔100잔과 맞먹는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기분이 좋을 때는 세로토닌이 생성되고 그렇지 못할 때는 우울함을 느끼게 된다하는데, 다행스러운 것은 억지로나마 좋은 생각을 하게 되면 기분이 좋아지고 세로토닌이 생성된다는 사실이다. 요즘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거나 짜증이 난다면 잠시 일감을 제쳐두고 감정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분(氣分)이 분산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분이라는 한자는 힘 기(氣)에 나눌 분(分)이 쓰였던 것이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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