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문화와 관련된 교육활동 즉 체험학습,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축제 등은 학생문화부에서 하기 때문에 순수 학생자치부(이후 학생부) 예산입니다. 연말이어서 예산 사용 내역을 봅니다. 학생회 활성화를 위해 썼다기보다는 학생복지 쪽에 가까운 예산 집행을 썩 많이 했다, 싶습니다. 자치활동비는 책정 예산 보다 적게 썼습니다. 월 1회 학생회 개최를 꼬박꼬박 하지 않은 탓도 큽니다. 학생회장단 선거는 1인 단독후보로 선거를 치르느라 공영제를 위한 예산은 추후 달리 사용했습니다. 이름표 제작비로 많은 예산이 투입되었습니다. 학생부는 규율을 잡고 규제를 전제로 한 부서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학생복지 쪽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학생회 활성화 측면에선 딴은 아쉽지만 적절한 사용이라 여깁니다.
학생회가 제대로 작동하는 학교에서는 사고 발생률이 적다는 게 통설입니다. 학생들을 학교교육의 주체로 여기고 있는 바람직한 교육행위이며 그에 따른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하여, 학생회 활성화를 위해 학생회 예산에 대한 편성과 집행 권한을 학생회에 넘겨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학교관리자 혹은 학생부를 맡고 있는 선생님들에게서 이런 확산된 인식을 찾기가 여간 쉽지 않습니다. 예산을 요구하고, 책정된 예산을 스스로 짜보고 이를 짠 대로 써보는 경험을 가진 학생은 추후 재화의 사용에 적절성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재화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겨 아름다운 소비나 공영적 관점에서 사용하고 또 기부할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물론, 그 반대의 상상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그리 될 소지 또한 염려할 사안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그런 기회를 제공하는 건 학교가 해야 할 교육행위 가운데 큰 덕목에 속한다고 봅니다.
넘어져 본 아이가 일어설 수 있습니다. 넘어져 본 적 없는 아이는 다시 설 수 있는 힘이 그만큼 부족합니다. 넘어져 있는 옆의 아이를 일으켜 세울 마음 또한 갖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학교가 아이들에게 해줘야 할 교육적 실천덕목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아이들 스스로 주체가 될 수 있는 인식력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넘어졌지만 불뚝 혹은 진중하게 일어설 줄 아는 생각과 행동 말입니다. 중심이 아니라, 주체가 되는 것 말입니다. ‘나’가 주체가 되어서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의식을 쌓도록 해줘야 합니다. 교과활동이나 비교과활동을 통해 깨닫게 해줘야 합니다. 이런 경험은 자신이 주인 되어 삶을 윤택하게 이끌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학교예산의 회기 마감은 아직 남았지만 잔여 예산을 보면서 느끼는 단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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