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의 현주소
신자유주의라는 세계화가 가속화 되자 국경을 넘어 이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증가는 해가 갈수록 더 확대되고 있는데, 문제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광양에도 다문화가정 455세대가 있으며 다세대가정은 16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나라별로는 중국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이다. 그 중에 일본인이 많은 이유는 종교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에는 베트남 사람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현실이 이러 한데도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도가 너무 낮고 무지하다는 것은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다. 그 중에서 ‘여성의 이주화’ 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여성의 이주가 전체 이주 인구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제결혼도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국제결혼은 최근 15년 사이에 약 50배나 증가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결혼 이민자 가정에서는 8만 명에 이르는 혼혈 아동이 자라고 있으며, 2014년이면 농촌 지역 어린이 중 약 40%가 외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로 한국사회는 다문화사회로 빠르게 진입해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단일민족의식이 중요시되고 외부혈통에 대한 배척성이 강한 뿌리 깊은 관습은 이러한 다문화 사회를 받아들이는 데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등장할 만큼 결혼이주민이나 그 이주민이 이루는 다문화가정은 우리나라의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결혼이주민 중 상당수는 고향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 생활해야 하는 데서 오는 외로움과 향수, 경제적 빈곤과 그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고된 노동, 문화 차이에서 오는 갈등, 외모 차이 또는 한국어 미숙 등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가해지는 차별적인 대우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국제결혼의 심각성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는 국제결혼의 양상이 그 이전과 비교 할 때 여성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제결혼의 여성화 현상은 결과적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가난한 제3세계 배우자는 한국인의 인종차별과 계급차별, 성차별이 복합되어 다중적인 인권침해를 받고 있으며, 결혼생활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제3세계 여성들과 한국남성들과의 국제결혼은 대체로 아는 사람의 소개, 직접만남, 종교 단체, 결혼중개업체를 통한 4가지 방식으로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중개업체를 통한 상업화된 결혼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상업화된 형태의 국제결혼은 결혼이 성사되고 실제 이주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모집과정에서 인권 침해적인 광고행위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중개업체들은 남성을 모집하기 위해 모집광고에 송출국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게재해 국제결혼 송출국과의 외교적 마찰 가능성까지 발생하고 있다. 한국 결혼중개업자와 각 나라의 브로커들의 위계화 된 하청 구조에 의해 여성을 한국으로 이주시키는 국제결혼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중개업자들은 송출국의 단속 회피와 높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대량으로 결혼중개를 진행한다. 한 예로, 남성이 한 시간 안에 적게 는 20~30명, 많게는 200~300명의 베트남 여성 중의 한 명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맞선 절차를 진행하기도 한다.

일방적이고 부정확한 정보 제공
중개과정이 비용지급자인 남성의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결혼 당사자에게 제공되는 정보(나이, 직업, 초혼·재혼여부, 학력, 경제력, 가족상황 등)도 빈약하고 부정확하다. 또한 남성의 한두 차례 방문으로 성혼이 이루어지고 대부분 그 방문에서 중개업체들이 성관계를 갖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여성은 원치 않는 성관계, 임신 같은 성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게다가 여성이 결혼을 거부할 때는 소요된 모든 비용을 여성에게 물어내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들은 결혼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권과 배우자를 결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마저도 거부당하고 있다. 또한 중개업체의 과도한 수수료도 문제다. 남성이 지불하는 결혼 비용에 비해 부실한 중개서비스를 제공한다. 결혼과정에서 제공되는 통역, 결혼식, 여성에 대한 교육 등은 매우 부실하며, 배우자 선택이 완료된 이후에는 간단한 사전 또는 회화 책자만을 제공한다. 결혼비용은 대상국에 따라 다소 차이가 많이 나지만, 대표적으로 베트남의 경우는 850~120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혼비용 중 베트남 현지 중개업체에 지급되는 비용은 약 400만 원가량이며, 이 비용으로 여성모집, 기숙, 결혼 등 모든 현지비용 및 현지업체 중개비용이 충당되며 나머지 비용 중 남성의 여행경비를 제외한 금액은 한국 중개업체에게 돌아간다.

의사소통이 가장 큰 문제
문제는 그 과정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결혼 이후 한국 가정에서의 삶 또한 결국 순 탄치 않다는데 있다. 그 중에 가장 큰 어려움은 의사소통이다.
광양시청 여성정책과 김복덕 계장은 “언어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며 체계적으로 교육 시키고 있다. 1년에 120세대를 5개월씩 1주일에 두 번씩 방문해 교육하고 있다. 현재 방문 도우미는 15명이 활동하고 있는데, 국고보조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언어 습득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고 밝혔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아동학습멘토를 통해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공부까지 시키는 등 다양한 노력을 쏟고 있다. 가족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우선 필요한 것이 언어이다. 특히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몽골과 우즈베키스탄, 페루 등 중국 조선족 여성을 제외한 나라 여성들의 경우 한국어 습득의 기회를 갖기도 전에 출산을 하거나 가정의 대소사를 책임져야 하는 등 일상생활의 적응 자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늘어나는 가정폭력
언어와 문화적 차이, 의사소통의 어려움, 성격과 기대의 차이, 혹은 남편의 성격 장애나 알코올 중독 등으로 인하여 가정폭력 사례가 늘고 있다. 매매혼에 의하여 남자들의 ‘본전 빼기’ 심리에 의한 폭력도 나타나고 있다. 가정폭력 경험은 언어폭력이 가장 많고(31%), 신체적 폭력은 26.5%, 성적학대 23.1%, 위협 18.4% 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제적 문제도 심각한 편이다. 대다수 다문화 가정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절대 다수인 52.9%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가구소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다문화 가정 중 경제적 이유 때문에 끼니를 거른 경험을 한 경우가 15.5%가 된다는 사실은 빈곤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는 13.7%에 불과하다.

자녀 양육문제도 큰일
다문화가정의 자녀 양육문제도 심각한 상태다. 상당수는 부모의 낮은 경제적·사회적 지위, 언어·문화·교육 방식의 차이 등으로 가정·학교 교육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자녀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양육자, 즉 어머니가 현지어에 서툴 경우 어린 자녀의 언어 발달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녀와 충분한 의사소통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자녀의 성장기 내내 자녀에게 필요한 양육을 적절하게 제공하기 힘들다. 언어 발달 지체 및 문화 부적응으로 인해 학교 수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며, 지나치게 소극적이거나 반대로 폭력성 또는 과잉행동장애를 보이는 등 정서장애를 보이는 아이도 나타나고 있다.
한편, 교과서를 비롯한 교재와 교사들의 다문화주의를 포용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차별’ 과 ‘배제’ 때문에 아동들이 조기에 사회적 소외를 경험할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학생의 경우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주된 이유가 ‘잘난 척을 해서’인 반면, 다문화 가정의 자녀는 그 성격상의 특성과는 무관하게 단순히 다문화 가정의 자녀라는 이유 때문에 왕따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럴 경우에는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결정된 요인 또는 본인의 노력에 의해 해결될 수 없는 이유로 집단 따돌림을 경험하기 때문에 매우 큰 정서적 충격을 경험하게 된다. 이들이 적절히 사회에 통합되지 못하고 계속해서 소외된다면 궁극적으로는 소외집단의 크기가 커지면서 다인종 사회에서와 같은 인종적 갈등 내지 사회 혼란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다문화주의 전통이 없고 순혈주의 중시 풍토로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 및 차별이 존재 한다. 불쌍하다고 보는 시각, 무턱대고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고 예단하는 시각, 위장결혼 자가 대다수라고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더 나아가 비정상적인 가족 등 사회문제의 원천으로 보는 시각이 잔존한다. 이러한 편견과 차별이 지속될 경우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표출될 우려가 크다. 그러나 갈수록 다문화가정은 한국사회에 중심부로 치고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사회와 인종적인 편견을 벗어나 다 함께 우리 사회의 문화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구성인으로 인정할 필요가 절실한 시점이다. 다문화가정, 더 이상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는 문제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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