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종 웅 선린의원 원장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도 지나가고 어느덧 가을의 문턱에 서 있다. 조만간에 푸른 잎들도 누렇게 색이 바래질 것이다. 결국은 엽록소들이 노쇠하여 남아있는 다른 색소들이 상대적으로 도드라지게 되어 아름다운 가을빛의 향연을 벌이는 것이다.

인간 또한 자연과 동조하여 비슷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는데, 비록 힘은 빠지고 쇠약해져 감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관조적이면서도 넉넉한 마음으로 품어가며 노후를 알차게 보내고 계시는 어르신들을 뵙게 될 때가 그 중 한 가지이다. 하지만 이런 행복한 노후를 방해하는 것들 중 대표적인 질환으로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를 힘들게 하는 것이 ‘치매'이다.

‘치매'란 이전에 비해 기억력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인지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되어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는 상황을 말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분들의 8%정도에 해당하는 유병율(有病率)을 보여주는 질환이다. 다시 말하자면 평상시에도 주변에서 한 분정도는 만나게 될 수 있을 정도의 흔한 질환으로, 노인 인구의 비율이 전남 평균치를 이미 넘어선 우리 고장의 경우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각별히 신경을 써야할 질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치매는 수십 가지의 원인 질환이 있어 각 원인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겠지만 대표적인 것이 퇴행성 뇌질환으로 서서히 발병하여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알츠하이머병'과 뇌혈관의 질환에 의해 뇌조직이 손상되어 나타나게 되는 ‘혈관성 치매'이다. 치매환자의 증상으로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최근 일에 대한 기억력이 감퇴 되는 것, 언어사용이 어려워지는 것, 시간과 장소가 혼동이 오는 경우, 돈 계산이 안 되는 것, 물건 간수가 잘 안 되는 것, 성격의 변화가 오는 것, 자발성이 감소하는 것 등이 있는데, 이러한 경고 증상이 있을 때는 주저하지 말고 신경과 혹은 신경정신과 전문의의 조언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진단은 본인과 보호자를 통한 자세한 병력청취와 신체검사, 혈액검사, 뇌영상검사, 그리고 신경 심리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환자들이나 보호자들이 이 질병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감추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적절한 조치와 노력에 의해 예방과 치료가 어느 정도 가능한 부분이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치매 환자의 10-15%정도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같은 원인 질환을 적절히 치료함으로써 완치가 가능한 경우로 알려져 있고, 알츠하이머병의 경우에도 현재 병의원에서 처방되는 적절한 약물로 진행을 늦추어 줄 수 있는 것으로 되어있다. 문제가 되는 정신행동증상은 주변의 환경이나 또는 신체 질환 등의 발생 원인을 교정해 주는 것이 중요하며 필요한 경우에 신경정신과 약물을 처방할 수도 있겠다. 사람의 형편과 처지에 따라서는 암 보다 치매가 더 무서운 병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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