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딱 하루 남았다. 새해가 경인년이라 그런지 벌써 호랑이의 위풍당당함을 느끼게 된다. 기축년에는 소의 해가 되어서 그랬는지 새해부터 소고기 파문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다. 하지만 끈기 있는 소(牛) 답게 잘 참았고 또 잘 헤쳐 나왔다. 우리 시도 문제가 많기는 대도시 못지않았다. 에스엔시 부도와 동호안 사태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 새해에도 여전히 시끄러울 모양새다. 하지만 좋은 일도 많았다. 제철소 후판공장이 설립되었고, 광양시는 도시 경쟁력에서 연속 2회 우수 도시로 선정 되었다. 또한 도민 체전에서 1위를 하는 등 도시의 위상을 높인 한 해이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 역시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할 것 같다. 서민들의 생활은 이래저래 별반 나아지지 않고 있다.

요즘 모 인기 개그 프로 중에 ‘술(?)푸게 하는 인생’이라는 코너가 있는데,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이라는 외침이 다수 서민들의 공감을 자아내기 때문이지 싶다. 아닌 게 아니라, 세상은 항상 일등만 기억하고 최고만 기억한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현실의 높은 장벽을 넘기에는 늘 역부족이다. 그래서 송년회를 빌미로 ‘술푸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통장의 잔고는 늘지 않고 무진장 줄어들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이런 와중에 묵은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시작되고 있다.

문제는 새해에도 국정 방안은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그런데다가 가계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식료품비 비중을 나타내는 엥겔계수가 13.0%를 나타냈는데 8년 만에 최고치라고 한다. 엥겔계수는 소득이 늘면 낮아지고 형편이 나빠지면 올라간다. 엥겔수치가 2001년 이후 최고수준으로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생활형편이 악화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다 근로자와 비정규직도 소득이 줄어들 것이라는 지표만 봐도 새해 역시 얼마나 힘들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나마 위로를 삼는 것은 전체소비자 물가는 2%대로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가스값과 기름값은 물론, 건강보험료를 위시해 각종 보험료가 줄줄이 인상을 기다리고 있어 연초부터 서민들 생활은 힘들 전망이다. 오죽하면 직장인들이 올해 사자성어로 구복지루(口腹之累)를 선택했겠는가. 구복(口腹)은 생계 때문에 여러 가지 곤란을 당해 죄를 짓게 된다는 뜻으로, 먹고 살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다는 뜻이요, 루(累)는 '벌거벗다’, 또는 ‘자주’와 ‘포개다' 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 역시 살기가 팍팍하고 힘들다는 뜻을 보여주는 사자성어다.

광양시 예산도 전년도에 비해 6,7% 감소해 그 어느 때보다 예산 분배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산을 적절하게 분배하지 못하면 지역간의 마찰이 생길 수 있고, 그 마찰은 지역민들 간의 갈등을 유발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어렵게 봉합한 도시통합 문제도 차질이 생길 우려도 있다. 자고로 의회는 예산분배의 달인들이 모인 집합소가 돼야 한다. 그리고 새해는 단체장 지방선거까지 겹쳐 있어 더욱더 민생에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칫하면 제사는 안중에 없고 제사 밥에만 눈독을 들이느라 행정의 공백이 생길 여지도 크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사회든지 갈등은 있게 마련이다. 다만 그런 문제들을 어떻게 시의 적절하게 풀어나가는가 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성서에 보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구절이 있다. 문제는 술만 새로 빚고 부대가 낡았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새 술과 새 부대는 광양시민 모두가 함께 동참할 때 가능하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제 소는 가고 호랑이가 찾아오고 있다. 호랑이는 용맹스러움과 지혜를 동시에 가진 동물이다. 그 위풍당당함은 가히 산중호걸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그런 자세로 경인년을 시작한다면 아무리 현실이 어려워도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그 마음’ 이다. 더 나아가 자기의 한계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모두가 발견하는 경인년이 됐으면 한다. 당신은 고양이가 아니라 호랑이라는 사실, 꼭 기억하기를 바란다.

데스크  -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