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저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낸 공동 작품

#어느 여대생의 루저 파문이 온 나라를 들끓게 만들었던 하반기였다. 루저라는 낱말 자체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사람도 덩달아 흥분을 하면서 삿대질을 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루저(loser)는 패배자(敗北者)자라는 뜻을 가진 낱말이다. 외모가 따르지 않으면 이 사회에서 제대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나름대로 우리 사회를 진단한 말임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이 그렇게 열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역설적으로 말한다면,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우리들 스스로가 입증한 셈이 되고 말았다.

#솔직히 말해보자. 현시대는 외모지상주의가 대세가 아닌가? 일단 외모가 아름답다는 것은 그만큼 눈에 뛸 확률이 높고 확률이 높은 만큼 성공이라는 고지를 선점하는데 유리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기본 상식이 아닌가. 그래서 그렇게 성형수술에 목숨들을 거는 것이겠고. 그런데도 괜히 아닌 척 하지는 말자. 그동안 우리 사회가 그런 루저들을 양산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 여대생에게만 손가락질을 한다는 것은 정말 속보이는 짓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 역시 1센티미터가 모자란 루저였다. 며칠 전 사내 건강 검진을 받으러 갔는데, 내 키는 179센티미터였다. 1 센티만 더 컸더라면 루저에서 벗어 날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 하지만 외모만 가지고 루저를 판단할 수 없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자본이 얼마냐에 따라 내 가치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무너질 패(敗)자를 보라. 조개 패(貝)와 뒤져올 치( )자로 구성됐다. 조개 패(貝)자는 돈이나 재물을 상징하고 있다는 것, 모두가 알고 있는 기본상식이다. 아무리 자본주의를 따라가려고 몸부림을 쳐보지만 결국은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뜻을 무언중에 보여주는 한자가 아닌가 싶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국가 부채를 안고 4대강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는 정부의 모습이다. 사업의 타당성은 물론이거니와 환경파괴까지 불러 올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고집을 하는지 모르겠다. 어떤 가정이든 지출을 할 때는 가정 소득에 맞추는 게 상식인데 마구잡이로 빚을 끌어 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임기 후가 걱정된다.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병폐는 본인의 임기 동안에 뭔가 큰 역사적인 일을 남기려고 하는 치적주의에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현 정부야 말로 제대로 된 루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정부를 선택한 우리 역시 마찬가지임은 말할 것도 없고. 자고로 다가오는 새해에는 루저(loser)가 아닌 루즈(loose:여유있는)로서 당당하게 어깨 펴고 살아갔으면 싶은 바람이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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