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동열서양화가

며칠 전 고창 선운사를 다녀오면서 고창읍에 있는 모양성 입구에 자리하고 있는 군립 미술관을 다녀왔다. 미술관의 규모는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아담하게 꾸며져 있어 한층 정겨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미술관이 건립되는 과정을 알아보니 2001년에 고창 출신 무초 진기풍씨와 그의 부인 박수영씨가 남화의 대가인 소치(小痴) 허유선생의 작품, 남농 화백의 작품과 서예, 조소 등 유명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던 예술품을 기증해 판소리 박물관 2층에 회향미술관이라 명칭 하여 전시했다가 그동안 50여점을 더 확보하여 2009년 현 위치에 상설 전시관으로 군립미술관 명칭을 갖고 개관했다고 한다.

앞으로 고창군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기증받아 미술관을 더욱 발전시킬 계획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미술가 한 사람으로써 정말 부러웠다. 예술의 나라라고 부르는 프랑스는 물론, 선진국 같은 경우에는 거의 마을마다 미술관이 건립되어 있다. 미술관이 없으면 하다못해 어떤 공간을 활용하여 상설 전시실을 만들어 주민들의 정서를 아름답게 하도록 힘쓰고 있다. 그런데 미술을 대하는 우리 시의 형편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상설 전시관이라고 해 봐야 광양읍에 자리하고 있는 장도박물관이 유일하다. 그리고 미술 전시관은 문화 예술회관과 삼성 홈플러스의 갤러리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다가 문예예술회관은 접근성부족으로 유명무실한 형편이며 홈플러스의 전시실은 협소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나마 일 년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전시하기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면 도시 경쟁력 1위라고 부르기엔 너무 부끄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문화는 그 도시의 정신문화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우리시도 예술 분야에 좀 더 적극적인 관심과 획기적인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현재 우리 시의 재정 규모로 볼 때 반듯한 미술관 하나 정도는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시에서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지, 옛 광양읍 건물을 활용하여 미술관 건립에 대한 의견들이 오가는 모양이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기는 하나, 접근성문제에 있어서는 다소 애로사항이 있어 보인다. 무슨 일이든 그렇겠지만 두 번 번복하기 어려운 일은 각계의 전문가들을 만나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 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리고 미술관이 하나 있으므로 인해 광양시의 위상도 많이 달라진다는 생각을 한다면 서둘러 미술관 건립에 힘을 보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리 광양에도 회화, 디자인, 조소, 건축, 서예, 서각, 사진 등 각 장르에서 작품 활동을 열심히 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본인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어떨 땐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다. 작가는 작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데 애써 그린 그림이 사람들의 평가를 받지 못한 채 창고에 처박혀 있다는 것은 이만저만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비단 나만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 게다.
그러므로 반듯한 미술관을 건립해 우리시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기증받아 전시해 준다면 작가의 긍지는 물론, 빼어난 작품을 많이 탄생시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된다. 그리고 시민들은 다양한 작품 감상의 기회를 갖게 될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자부심도 한결 높아지리라 확신하다. 이런 분위기가 주어질 때 우리시에서도 고흐나 칸딘스키처럼 세계적인 작가가 탄생하게 될 것이다.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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