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성난 농심(農心)의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이 갑자기 한파가 몰아쳤다. 해마다 불거지는 게 쌀값 문제지만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돈만 주면 얼마든지 좋은 쌀을 사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시청 앞에서 쌀값 보장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이 있었다.

하지만 관계 부서라고 해서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닐 터, 애가 타는 것은 역시 농민들뿐이다. 이제 농민(農民)이 농민(弄民)으로 변한지는 꽤나 오래 됐다. 아니,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은 대말(大末)로 바뀌고 말았다. 지금 세계는 유전자 변형 식물이 우리 식탁을 위협해 오고 있다. 당장은 괜찮겠지만 앞으로 우리의 후손들은 큰 고통을 당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첨단 시대를 살아간다 해도 논밭은 우리의 생명과도 같다. 농사는 생존의 근본이요, 삶의 뿌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 대로 둔다면 우리는 조만간에 큰 고통을 당하게 될지 모른다.

현명한 사람은 옆구리를 찌를 때 눈치를 채고, 어리석은 사람은 병상에 누워서야 깨닫는다고 했는데 지금 우리들 모습이 그와 같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26%로 그나마 쌀을 제외한 밀, 콩, 옥수수는 5%도 안 된다. 특히 밀과 옥수수 자급률은 0.1~0.8%에 불과하고 콩은 약 10%정도라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생각 같아서는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라도 해야 할 판이지만, 정부의 귀와 눈은 오로지 4대 강에 쏠려 있는 거 같아 더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쌀값 문제로 가뜩이나 마음이 무거운데 날씨마저 쌀쌀해 지고 있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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