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대학을 보고 진학을 했다면 요즘은 학과를 보고 진학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아무리 이름 있는 명문 대학을 간다고 해도 시대에 뒤처지면 유명무실하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 유망학과는 어디가 좋은지 자문을 구하고 자료를 찾아 선별을 했지만, 다소 어려움이 많았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유망학과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원한 유망학과는 없다는 것이 정답일 수 있겠다.

작품에 따라 주연배우도 달라지듯이 대학의 유망 학과도 어쩔 수 없이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11세기에 최초의 대학인 이탈리아 볼료나 대학이 만들어진 이래로 유망 학과는 수없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가곤 했다. 그렇다고 해도 특정 시대를 앞서가는 유망학과는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본 신문은 창간 3주년을 맞아 미래에 뜨는 유망학과를 소개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현재와 10년 후, 유망 학과는?
여가 정보학과, 나노 학과, 로봇 공학과, 연애 학과 등이 유망학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변수는 늘 있게 마련이지만 대체적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영원한 유망 학과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그 시대를 대변하는 인기 학과가 존재 할뿐이다. 그렇지만 늘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유망학과는 존재하게 마련이다. 앞으로 한 시대를 리더 해 갈 유망학과는 디지털문화콘텐츠공학과, 냉동공조에너지시스템공학과, 반도체광디스플레이학부, 기계메카트로닉스공학부, 스크랜튼학부, 생명나노화학과, 바이오 및 뇌공학과, 융합오믹스의 생명과학 등인데, 소위 요즘 유망학과로 언론에 소개되는 학과들이다.

얼핏 이름만 봐서는 도대체 뭘 배우는 학과인지 알 수 없다. 기계공학, 생명공학, 화학, 의학은 물론 뇌, 나노, 반도체, 디스플레이, 에너지, 디지털 등이 둘 이상 섞여 있는 학과도 많다. 마치 최근 신 성장 동력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학문 융복합’ 경향을 반영한 듯하다. 국내외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대학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즉 안정적으로 취업하거나 창업할 수 있는 과정으로 간주하는 추세다. 각 대학에서도 이런 흐름에 맞춰 학과를 특성화해 대표주자로 밀고 있다. 특히 기업과 연계해 학과를 운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업 맞춤형 강의는 기본이고 장학금을 받고 졸업 후 취업을 보장받기도 한다. 이공계에서 뜨는 학과를 제대로 아는 만큼 기회의 문을 열어젖힐 수 있다.

현재 각광받고 있는 유망학과
삼성의 지원을 받는 성균관대의 대표적인 유망학과는 반도체시스템공학전공이다. 성균관대가 미래 반도체설계 분야의 글로벌 리더를 기르기 위해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설립한 산학협력프로그램이다. 입학생은 4년간 전액 장학금을 받는다.

삼성전자 박사급 전문가한테 실무에 필요한 최신 강의를 듣고 방학 때 삼성전자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학습내용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졸업과 동시에 삼성전자에 입사해 연구개발부서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또 성균관대는 학부 차원에서 디지털 가전, LCD 디스플레이 분야의 협동과정도 삼성전자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정보통신공학부 전자전기공학전공과 컴퓨터공학전공으로 들어온 학생 중에서 3학년 때 디지털 가전과 LCD 디스플레이 부문에 각각 20명씩 뽑아 2년 간 별도 교육을 할 뿐만 아니라, 이 과정을 마치면 삼성전자 해당 부문에 취업할 수 있다. 숭실대 IT대학도 주목할 만하다. IT대학 밑에는 컴퓨터학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글로벌미디어학부가 있다. 입학생 중 상위 15명에게 노트북PC는 물론, 4년간 전액 장학금을 준다.

평점 3.5 이상인 재학생에게 기숙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해외 자매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갈 때 1년간 최대 2만달러를 지급한다. 컴퓨터학부를 졸업하면 네이버의 모기업 NHN, 소프트웨어 개발사 티맥스소프트에 취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3학년 2학기부터 1년간 웹개발자(WD) 특별트랙의 수업 6과목을 듣고 WD 수료증을 받으면 NHN과 티맥스소프트에 들어갈 수 있다.
또 한국IBM에서 ‘시스템Z’라는 대형 서버를 교육하는 강의를 들으면 이 서버를 사용하는 웬만한 대기업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이공계 특성화대학에도 뜨는 학과가 있다. 울산과학기술대의 에너지공학부와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가 대표적인 예다.

2009년 3월 개교한 이공계 및 경영학 분야의 특성화대학인 울산과학기술대(UNIST)의 대표는 에너지공학부다. 지난 8월 울산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학교 안에 에너지연구원 분원을 설치하기로 합의했으며 미국 조지아공대와도 에너지소재 관련 연구소를 공동 설립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경동도시가스에서 50억 원을 학교 측에 기증해 경동장학재단을 마련했는데, UNIST는 이 기금으로 우수학생을 유치하거나 장학금을 지급하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UNIST 관계자는 “경동도시가스에서 에너지 연구를 특성화해 에너지공학부와 관련된 장학금을 지급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2009학년도에 UNIST에 입학한 신입생은 1학기에 모두 장학금을 받고, 평점을 2.7 이상으로 유지하면 4년간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요즘 화두인 학문 간 융합에 맞는 지도자를 양성하려는 목표를 두고 있는 학과의 좋은 사례가 바로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다. 한 분야를 깊이 알면서 인접 분야도 터득하는 T자형 교육을 하며 현장 실습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3학년생을 위주로 매학기 12명씩 4년째 나가고 있으며, 4학년 때는 ‘바이오 융합 프로젝트’란 강의를 듣는다.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는 뇌를 비롯한 생명체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공학적으로 응용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한다.

재학생 중에서 1년에 한두 팀을 뽑아 MIT, 스탠퍼드대, UC 버클리, 보스턴대 등의 연구기관에 1~2주간 방문할 수 있는 혜택도 준다. 이는 정문술 미래산업 전 사장이 KAIST에 기증한 300억 원의 기금 덕분에 생긴 ‘정문술 파이오니어 프로그램’이다. 경원대 바이오나노대학 바이오메디컬 전공과 나노시스템 전공도 융합학과로 주목받을 만하다.

수능 1.8등급 이상의 합격생에게 4년간 전액 장학금과 학업보조비 월 30만원씩 지급하고 정시 최초 합격자 전원에게 1년간 학비를 면제해준다. 삼성, LG 등에서 근무하다 온 교수가 많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자부품연구원 등에서 학연교수를 초빙하고 있어 앞으로 긴밀하게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실험실 사이에 벽을 없애 5개 층마다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졸업 뒤 가천의대나 길 병원으로 취업할 수 있다.

떠오르는 지방대학의 유망학과
뜨는 학과는 수도권 대학이나 이공계 특화대학뿐 아니라 지방대학에도 많다. 울산대는 특성화정책을 잘 펼치고 있는 대학으로 유명하다. 아산재단과 협력해 의대를 특성화하며 서울아산병원과 연계하고 있으며, 현대중공업의 지원을 받아 조선해양공학부에 일류화사업단을 3년째 운영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KCC 지원을 받아 생명화학공학부가 일류화사업단을 시작했다.

지난 5월 협약을 해 1단계로 5년간 65억원을 지원받기로 한 것이다. 입학생중상위 15명에게 등록금 전액과 해외 어학연수 장학금(600만원 상당)을 지원하는 KCC장학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상위 5명에게는 4년간 학기당 200만원씩 학습지원금을 지급하며 졸업 후 KCC 취업을 보장한다. 또한 KCC뿐 아니라 SK에너지, S오일에서도 임원급이 겸임 교수로 와 강의하고 있으며 3학년 2학기에는 6개월간 현장에서 근무하며 배우는 인턴십도 운영하고 있다.

충북대 미생물학과는 제약사인 녹십자와 맞춤식 교육을 해 취업을 촉진하고 있는 우수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녹십자는 충북 오창산업단지에 13만㎡의 용지를 확보하고 용인공장을 완전히 이전한 상태다. 녹십자의 요청으로 제약회사에 필요한 과목인 ‘생물공정검증’을 개설하고 녹십자의 박송용전무가 겸임교수로 강의해 왔다. 이는 2006년 충북대 누리사업단인 바이오산업전문인력양성사업단이 녹십자와 산학협력을 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덕분이다. 매년 4~9명이 녹십자에서 인턴십을 거친 뒤 한두 명씩 입사하고 있다. 목포대 기계, 선박해양공학부 학생들이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선박 건조와 관련한 실습을 하고 있다.

목포대 기계, 선박해양공학부는 전남 신규조선소의 선두주자인 대한조선과 협약해 산학공동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6월 2차 협약까지 체결한 상태다. 대한조선과 공동으로 곡물을 싣는 18만t 화물선, 6400TEU 대형컨테이너선같은 선박을 설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이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에게 대한조선 취업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학원생 3명과 학부생 6명이 모두 대한조선에 취업했으며 대한조선 임원진이 겸임교수로 생생한 선박 건조과정을 강의하고 있다. 광양과 가장 가까운 순천대도 주목할 유망학과가 있다. 기초과학부 생명공학전공과 식품과학부 식품영양학전공 인데, 지역특화 브랜드 상품 개발을 주도해 화제가 됐다. 생명공학전공의 교수와 식품영양학전공 교수를 중심으로 20여 명의 교수, 학생, 산업체 직원이 전남 특산물을 이용해 산수유감식초, 산수유드링크제, 복분자 발효음료, 칠면초 비누 등을 개발했다.

우송대 게임멀티미디어학과는 모바일 게임을 해외에 수출해 주목을 받았다. 우송대 누리사업단인 첨단영상게임산업전문인력양성사업단은 대덕게임개발업체인 한얼엠에스티와 함께 개발한‘별따줘 팡팡’을 중국에 수출했다. 이처럼 지방대학도 유망학과가 있기 때문에 잘 선택하면 인생의 진로를 개척하는 데 한결 수월 할 수 있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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