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이 푸른 5월의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곳곳에 걸려 있는 형형색색의 연등을 보니 제각기 다른 슬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눈에 어른거린다. 특히 어린이날까지 겹쳐 황금 같은 연휴를 맞았지만, 호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부모들은 죽을 맛이었을 것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돈이 없으면 무엇 하나 제대로 즐길 수가 없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가난한 사람은 종교생활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웅장한 절마다 불전 함은 기본이요, 교회마다 수십 가지 헌금봉투가 병사들 사열하듯 준비돼 있다. 심지어 돈을 잘 내야 믿음이 좋다며 한 술 더 뜨는 성직자들을 보면 기가 막힐 뿐이다. 이제 종교는 철저하게 자본화 된지 오래 되었다. 이 시대에 가난한 부처와 예수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그래서 곳곳에 떠도는 부처(負悽:슬픔의 짐을 진)들이 많아지고 있는지 모른다. 성인(聖人)들은 하나같이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위해 살다가 가셨지만, 오늘날 종교는 그 반대로 가르치고 있다. 이제 방법은 하나다.

기존 종교보다는 자신의 내면에 더욱 충실해야 할 때다. 부처도 심외무법(心外無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니 예수도 천국은 네 마음속에 있다고 했는데, 부처의 가르침과 같은 맥락이다. 자꾸 바람에 흔들리는 연등을 보니, 어디선가 흔들리며 살고 있을 당신이 눈에 밟힌다. 누가 뭐래도 이마에 땀 흘리며 사는 당신이야 말로 한 권의 경전이요, 거룩한 종교가 아닐는지...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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