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물리적 공간이 아닌, 사랑의 공간!

*5월은 가정의 달이다. 하지만 자녀를 둔 부모의 심정은 이만저만한 고민이 아닐 게다. 지갑은 얇은데 비해 지출해야할 돈이 솔찮하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의기소침하지 말았으면 한다. 모든 것을 돈으로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닌 줄 안다. 사실 요즘 아이들이 지나치게 돈맛을 안다고 하는데 실은 부모들의 따듯한 관심을 원할 때가 더 많다. 다만, 현대인들의 삶이 너무 바빠 서로 얼굴을 대할 시간이 없다 보니 애정 대신 돈으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특히 농경시대에 비해 가정의 의미가 퇴색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친 심신을 눕힐 수 있는 집이 있다는 생각만 해도 배부를 때가 있다. 집이라는 말을 입 속에 몇 번 굴리기만 해도 포근함과 따뜻함이 스며나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집이라는 어원을 추적해 가다 보면 깊은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집은 ‘짓다’는 말에서 파생했음을 알 수 있다. 지금도 살아있는 말 중에 지어미 지아비라는 말이 있는데 바로 뭔가를 ‘생산하고 짓는’ 어미와 아비라는 뜻이다. 예전에는 밥이나 농사나 옷감도 짓는다고 했다. 이처럼 집은 단순히 먹고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라 창조의 모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집 가(家)라는 한자는 작가, 미술가, 건축가 등 예술가들을 지칭할 때 쓰이기도 한다.

*물론 다른 의미를 주장하는 학자도 더러 있다. 집이란 ‘짚’에서 파생된 말이라는 것이다. 옛날 초가집은 모두 짚을 엮어서 지었기 때문이다. 일견 일리가 있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집은 한자말 ‘집(集)’이 아니었을까, 하고 추정한다. 왜냐하면 우리말이 생기기 이전에는 한자로 표기를 했기 때문이다. 다들 알다시피 집(集)은 ‘모은다’는 뜻이다. 눈에 드러난 대로 풀어도 새 추 자에 나무 목(木)자로 구성됐음을 알 수 있는 글자다. 이처럼 가정이란 나무를 기르듯이 자식들을 길러 낸다는 뜻을 상징하고 있다. 그래서 가정(家庭) 이라는 말에도 뜰 정(庭)이 들어 있게 된 것이다. 정원은 잘 가꾸어야 모양새가 보기 좋고 향기를 뿜어내게 된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2% 부족하다. 바로 새처럼 노래하는 화목함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화목이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집을 짓는 물리적인 재료는 벽돌이나 철근이지만, 집안을 가꾸는 재료는 역시 가족 간의 사랑이다. 그래서 비싼 집은 돈으로 살수 있었도 행복은 돈으로 사기 힘든 법이라고 하는 것이다. 흔히 집안 일을 하는 어머니들을 가리켜 ‘살림’을 산다고 하는데, 사람을 살리는 기능을 하지 못하는 집은 더 이상 집으로서 존재가치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살다(live)’라는 영어를 반대로 하면 ‘악(evil)’이 되는 것처럼, 가정을 제대로 가꾸지 못하면 결국 나쁜 것이 뿌리를 내리게 된다. 지금 어디를 둘러봐도 푸른 5월이다. 하늘도 푸르고 땅도 푸르다. 아니, 만원짜리 지폐마저 푸르니 얼마나 좋은가. 참된 사랑은 져주면서도 행복을 느끼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번 5월, 그렇게 살아봤으면 싶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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