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성 수 하늘씨앗교회 목사

군포 여대생 납치 살인 사건 때문에 모두가 충격 속에 빠져 있다. 그러잖아도 경제문제와 철거민들의 쓸쓸한 죽음으로 심난하기 짝이 없는데, 이런 엽기적인 살인 형태까지 드러나자 사람들은 헤어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있다. 그의 공개된 사진을 보는 순간, 나는 다시 한 번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몹시 큰 혼란을 느꼈다. 저렇게 멀쩡한 젊은이 가슴 속에 그토록 무서운 살인자의 얼굴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니 스스로 소름이 돋았다. 명색이 나는 목사인지라 이처럼 충격적인 사건을 대하면 스스로 회의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면서도 한편은 인간의 나약성에 대하여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게도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이 있었으며 어엿한 직장까지 있는 그야말로 평범한 소시민이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도 통제하지 못하는 뭔가에 끌려 다니는 나약성을 가지고 있었다. 성경에 예수가 귀신을 내쫓는 장면이 나온다. 예수가 사람들 영혼을 지배하고 있는 귀신을 대할 때는 언제나 차분하고 조용한 음성으로 그 몸에서 나오라고 선포할 뿐이다. 소위 말하는 요란한 행위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라도 인격적으로 대할 때는, 그 역시 마음을 열고 자기의 진심을 터놓는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서로 인격 대 인격으로 마주 대할 때 분노의 감정은 가라앉게 될 것이고 그러면 차분히 자기의 존재성을 둘러보게 됨으로 스스로를 치유하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요즘 현대인들의 삶은 너무 분주한 나머지 그럴 시간이 없다. 그러다 보니 마음속에 쌓인 스트레스를 제 때 풀지 못해 마음은 늘 지쳐있다. 해야 할 일은 늘 끝이 없다. 그러니 언제 자신의 모습을 둘러보며 자기의 존재성에 대한 정체성을 확보하겠는가. 이런 틈바구니 속에서 까닥 마음 한 번 잘못 먹으면 누구나 큰 사건을 저지르는 범죄자가 되기 쉽다. 그래서 두려운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따지면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있지만,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도 무시는 못할 성질이다.

무관심과 오로지 돈만 벌면 된다는 황금만능주의가 그렇게 보이지 않는 정신질환자를 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법을 강화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물론, 그렇게 무수한 사람을 죽인 그에게 면죄부를 주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아무리 기독교가 용서의 종교라고 해도, 그의 책임까지 묻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중적인 인격을 가지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것만 보아도 현재 우리 사회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싸이코패스 즉, 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부르고 있다. 물론 사람들에게는 조금씩 이중성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때로는 괴로워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살아간다. 마치 지킬 박사 내면에 하이드가 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악한 것을 억제하는 힘과 능력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기 통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자고로 막가는 세상에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몹시 아프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윤리와 사랑에 대한 설교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진다. 자고로 ‘해고(海枯)면 종견저(終見底)나 인사(人死)엔 부지심(不知心)이니라’ 고 했다. 바다는 물이 마르면 그 바닥을 알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죽어도 알 수 없다는 뜻인데, 아니라고 말하자니 자신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참으로 가슴을 칠만큼 안타까운 세상이다.

데스크  -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