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성 희 YWCA 여성상담센터소장

소와 사자가 결혼해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물론 둘은 최선을 다해 서로를 위해 주었다. 소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풀을 날마다 사자에게 주었다. 사자는 싫었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참았다. 언젠가는 자기의 식습관을 알게 될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었다. 사자 역시 최선을 다해서 살코기를 소에게 주었다. 소는 괴로웠지만 역시 참았다. 그러나 참을성은 한계가 있법, 둘은 이 문제를 놓고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나 자기 입장만 고집하는 바람에 둘은 끝내 헤어지고 말았다. 헤어지면서 서로에게 한말은 “난 최선을 다 했어”라는 말이었다. 소는 소의 눈으로만, 사자는 사자의 눈으로만 세상을 본 것이다. 이처럼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고 ‘나’ 위주로만 생각하는 최선은 도리어 최악의 결과를 낳고 마는 법이다. 상담을 하다보면 소와 사자의 결혼 생활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남편은 부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부인은 남편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아마 소는 사자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다양한 것들로 최선을 다 하면 사자가 소로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했을 것 같다. 역시 사자도 자신이 불편을 감수하면서 소에게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소가 사자로 변할 것이라 생각 했을 것이다.

그래서 서로 불편을 감수했지만, 결국 이별하게 되고 말았다. 서로가 최선을 다했다는 이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최선이었을까? 상담실을 찾는 많은 내담자들을 만나면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다름이 아닌 틀리다는 관점으로 서로를 바라보아 ○·×로 다툼을 일으키는 가정 내의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본 센터에서 2008년 3회기 실시한 부부집단프로그램과 부부캠프를 통해 다름을 찾아가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MBTI, 에니어그램을 통한 자아 찾기로, 타인과 나의 다른 차이를 객관적으로 보면서 서로를 위한 최선이 최악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정 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나와 타인의 다른 차이를 인정하지 못해 쉽게 적을 만드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어찌 보면 아주 간단할 수 있는데 우리가 살아온 세월 속에 늘 한결같은 모습과 서로 같거나 비슷해야 한다는 신념들을 함께 세월의 무게에 묻어 가지고 왔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혼을 앞둔 노부부가 마지막 식사로 닭고기를 먹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날개부위를 쭉 찢어서 주었다. 날개를 받은 할머니는 “난 다리를 유난히 좋아 하는데 내가 어떤 부위를 좋아하는지 묻지 않고 지난 삼십년간, 당신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라”며 버럭 화를 냈다. 이런 할머니의 반응을 본 할아버지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날개를 삼십년간 꾹 참고 당신에게 건넨건데”라며 서운함 감정을 드러냈다. 요즘 경기침체가 계속 되다 보니 부부간에 또는 상사와 부하 간의 잦은 마찰로 불화를 겪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때 일수록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게 필요하다. 물론, 처음에는 어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쉬운 것부터 시작하면 의외로 문제는 쉽게 풀어지는 법이다.

따뜻한 시선과 다정다감한 위로의 말 한 마디가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때가 많다. 문제의 키는 자기가 쥐고 있는데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는 정말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다. 사실 회사만 부도가 나는 것은 아니다. 부부간의 애정도 얼마든지 부도가 날 수 있다. 하지만 회사 부도는 돈으로 막으면 되지만 인간관계의 부도는 그렇게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바라기는 새해에는 서로를 좀 더 생각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기를 소망한다. 물리적인 시간만 바뀐다고 해서 새 것이 되었다고는 말 할 수 없다.

사람의 생각이 바뀌지 않고 행동이 바뀌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달력만 교체한다고 해서 새로운 날이 되는 것도 아니다. 마음이 새로워져야 주변도 새롭게 되는 것이다. 물론, 날마다 새롭다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서로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만 인정해도 쓸데없는 마찰은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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