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옥 조선대경영대학원장

어느새 또 세밑이다. 이때가 되면 괜히 마음도 덩달아 바빠진다. 세월부대인(歲月不待人: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라고 하는 말에 절로 동감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자연의 이치이고 보면 크게 아쉬워 할 것은 없다. 모두가 이렇게 오고가는 중에 인연을 만들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아니, 사람만 그렇게 사는 것은 아니다. 동물들도 나름대로 공동체를 만들며 그렇게 지혜롭게 살아간다. 특히 철새들이 먼 거리를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 절로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철새들이 오고 간다. 늦가을에는 시베리아에서, 봄이 되면 필리핀에서 우리나라를 찾아 철새들이 날아온다. 그런 철새들을 관찰하다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대부분 철새들은 V자 모양으로 떼를 지어 날아온다. 철새들이 이렇게 이동하는 데는 깊은 지혜가 스며있다. 먼저 홀로가 아닌 이렇게 집단적으로 이동할 때 70% 정도 빨리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그들의 생존 본능은 인간들 보다 합리적일　때가 많아 보인다. 선두에 선 새가 지치면 맨 끝으로 이동하고 다른 새가 선두에 나선다. 그리고 뒤에 있는 새들은 소리를 내어 서로를 격려한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 먼 거리를 제대로 여행할 수 있다는 생존본능이 깃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다른 한 마리 새가 아프거나 다치면 몇 마리 새들이 감싸주고 보호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이렇게 서로를 격려하고 보살피는 덕분에 한 마리도 낙오 없이 이역만리를 무사히 도착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너지(synergy) 효과의 결과다.

우리도 이렇게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특히, 정치인들은 철새에게서 배울 것이 정말 많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들 내부에도 이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만,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행동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방출하지 못할 뿐이다. 아니, 식물도 시너지를 활용한다고 한다. 미국 콜로라도주는 가을이 되면 아스핀 나무로 온 천지가 노란 단풍으로 물든다. 이 아스핀 나무는 혼자서 자랄 때는 겨우 몇 미터밖에 자라지 않으나 무리를 지어 자라면 뿌리들이 서로 엉켜서 하늘 높은지 모르고 자란다. 270미터까지 자라는 세콰이어 나무도 무리를 지어 자란다.

이렇게 자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뿌리를 서로 엉키게 함으로 거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협동 덕분이다. 이러한 시너지는 동물의 세계에서는 너무 흔하게 볼 수 있는 에너지다. 작은 새들이 코뿔소 등에 앉아 있는 것도 이와 유사하다. 시너지는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살고자 할 때 가슴 속에서 뿜어져 나오게 된다. 세상은 혼자서 살 수는 없다. 어차피 서로 공생관계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시너지다. 지금까지 인간은 에너지에만 몰두 했지 시너지는 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취급했다.

하지만 미래 사회는 블루오션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사회로 재편되고 있다. 개인의 특출한 능력도 중요하지만 함께 더불어 공생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새롭게 시작 되는 기축년에는 에너지와 시너지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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