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수 하늘씨앗교회 목사

내일은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 날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지면 로마인들이 섬기는 태양신의 축제날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그 사연을 다 말할 수는 없지만, 내게 있어서 크리스마스는 ‘글쎄마스(?)’다. 도대체 예수가 탄생한 이유와 전혀 상관없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날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뒤숭숭하기 그지없는 때,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속에서 천불이 날 지경이다. 서로 힘을 합해도 모자랄 판에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끼리 해머를 휘둘러 대며 싸우는 모습은 한국 정치의 끝판을 보는 것 같아 서글프기 짝이 없다. 아무리 정권획득이 정치의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백번 양보하고 또 해도 이것은 아니지 않나 싶다. 꼭 무슨 깡패집단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떨칠 수가 없다. 누구를 탓할 일도 못된다. 그들을 선택한 것은 우리들 자신이니까, 설령 그런 꼴을 당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이처럼 심난한 세상에서 일개 목사에 불과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니 참담한 마음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교회라고 해서 정치보다 나을 것도 없기 때문이다. 아니, 교회는 믿음이라는 이름하에 더 교묘한 일들을 자행하고 있다. 포장은 그럴싸한데, 한 꺼풀만 벗겨 보면 악취가 진동을 한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악취를 향기로 착각하며 열심히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설교를 할 때마다 최대한 이성(理性)을 가동하며 들으라고 강조한다. 아니, 내가 하는 설교도 항상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라고 교육한다. 신앙은 결코 이성을 제물로 삼지 않는다는 것이 소박한 내 신앙관이다. 아니, 이성은 신앙의 오류를 발견하는 현미경과 같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물주가 만든 시스템 중에서 가장 믿을 만한 제품이 이성이다. 그래서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문제가 있겠다 싶으면 몇 번이고 되묻는 습관이 필요하다. 질문을 던질 때 허위의식은 본색을 드러내는 법이다.

그러나 대부분 교회는 이성을 죽여야 믿음이 강해진다고 가르치는데, 이게 가장 큰 문제다. 한 번 생각해 보라. 내가 지금 어떤 대상을 믿고 있다고 치자. 그러한 사실을 증명해 주는 도구가 무엇인가? 바로 이성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사이비 종교일수록 이성을 마비시키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자기들의 꼭두각시로 이용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교회는 잠들어 있는 이성부터 흔들어 깨우는 것이 필요하다. 마비된 이성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들고 오로지 교회에만 충성하도록 만들 뿐이다. 그래서 멀쩡한 사람도 종교라는 집단 최면에 빠지기 시작하면 영 이상한 사람이 되고 만다.

마약 중독자들은 나라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 주지만, 종교 마약은 죽을 때까지 치료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것이다. 지금의 한국교회를 가리켜 화이부실(華而不實)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꽃은 화려하지만 열매는 맺지 못한다' 는 뜻이다. 겉은 웅장하고 성도들 수가 천만이 넘는다고 자랑하지만 정작 열매는 맺지 못하고 있는 것이 기독교의 현실이다.

예수도 말하기를 열매 맺지 못하는 나무는 찍혀서 불에 던져질 뿐이라고 했는데, 오늘날 교회가 귀담아 들어야 할 경고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예수가 왜 말 밥통에 태어났는지 깊이 생각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단연코 말 하건데, 예수는 화려한 교회 건물 속에 존재 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을 잃은 사람들과 거리에서 떠도는 노숙자들과 함께 떨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가난한 자의 가슴 속에서 울고 있는 아기 예수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는 한, 예수가 이 땅에 온 목적을 알지 못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울음은 종교적인 탐욕을 내려놓을 때 들을 수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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