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선 굿모닝신한증권 동광양지점장
예정된 수순을 밟아가는 구제금융
납세자 및 주택 보유자를 보호하는 조치와 부실 경영자들에게도 책임을 묻는 방안이 추가되면서 정치적 명분까지 획득한 美 금융구제책은 마지막 고비를 넘어서고 있다. 아울러 워싱턴뮤추얼의 파산(JP모건으로 핵심부문 피인수)에 이어 와코비아도 인수 대상자를 물색중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국 대형 부실 금융기관들의 정리도 일단 막바지에 다다른 양상이다. 구제금융 운영주체나 부실자산 가치산정의 불확실성, 추가자금 조달 여부 등이 변수로 남아있고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대두하고 있지만 금융구제책의 현실화는 단기적으로 투자심리의 개선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판단한다.
금융부문의 논란 해소≠실물경기 안정
하지만 문제는 금융부문의 논란 해소가 실물경기의 안정으로 직결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 2분기 경제성장률 확정치는 8월말 발표된 수정치에 비해 둔화됐고 개인소비 부문은 7월의 잠정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금환급 효과가 반영됐음을 감안해도 비내구재 소비에 치중한 양상이 우려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8/5시황참조). 나아가 경기침체의 지속으로 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대두하고 있다(Bloomberg 조사치는 3Q : 1.2%, 4Q : 0.55% 성장을 예상).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근본 원인인 주택시장 침체가 해소될 가능성도 아직은 미지수이다.
지난 주 발표된 주택매매지표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고, 금일(30일, 현지시간) 발표를 앞둔 주택가격지수도 2006년 8월부터 이어져온 하락세가 연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주택가격의 하락추세가 최근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의외의 결과가 나오더라도 급격한 반전의 모멘텀으로 연결될 여지는 좁아 보인다
내부 변수들의 부담도 높은 상황
미국을 위시한 글로벌 전반의 경기침체 논란을 비켜갈 수 없는 상황에서 국내 경제성장률 둔화나 무역수지 적자폭도 심화되고 있다. 또한 실적발표 시즌을 앞둔 상황에서 지난 3분기 기업들이 직면했을 경제상황을 돌이켜보더라도 제반 여건들은 부담스럽다. 현물 거래시점과 원유 도입시점간의 시차의 발생으로 원유의 수입단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또한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환경에서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주의 긍정적 효과보다는 원자재 수입단가의 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 등의 부정적 요인이 더욱 부각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6일 연속 상승하며 달러당 1,200원에 바짝 접근한 원화 환율도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미국 금융시장 안정 기대감이 유지되는 가운데 분기말이 도래한 현시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환율 상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월말 및 분기말에는 수출업체들의 달러화 결제수요 및 환헤지 상품 손실에 직면한 기업들의 긴급 달러 수요가 함께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환율 상승에 따라 개별 기업들의 KIKO계약 피해 우려가 점차 가중 된다는 점에서 국내 자금시장 전반이 더욱 불안정한 모습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겠다.
눈높이를 낮춘 접근이 필요
미국 구제금융의 진전 소식에도 불구하고 전일 아시아 주요증시가 동반 하락하면서 투자심리가 다시 흔들리는 양상이다. 구제금융 자체가 앞서 언급했던 다양한 부작용의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고 금융권의 부실이 유럽등 기타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잔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제금융이 가시화되는 첫 수순을 밟는다면 긍정적인 기대감까지 모두 버릴 단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모든 시장참가자를 만족시키면서 한 번에 모든 악재들을 털어버릴 수 있는 이상적인 대안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문제의 핵심에 직접 칼을 대기로 한 당국의 결정은 그나마 차선의 대안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내부적인 불안요소들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추가적으로 관심을 쏟아야 하는 부분이겠다. 실적발표 시즌을 맞아 개별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가 하향될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고, 외환시장 및 채권시장 전반의 변동성도 높아지고 있다. 수급 측면을 지탱해주던 연기금도 전일 9월 들어 처음으로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수급이나 자본시장 내부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눈높이를 낮추고 투자시계를 짧게 가져가는 대응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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