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폐소 설치 예정지 지역주민 난색
한전, 의견조율 안되면 공사재개 할듯

백운산에 송전탑을 설치하는 대신 봉강면에 개폐소를 설치하는 타협안에 지역 주민들이 난색을 표시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제기됐다.

오랫동안 문제가 돼 왔던 백운산 송전탑 설치는 지난달 2일 송전탑반대범시민대책본부가 감사원에 백운산에 송전탑을 설치하는 대신 개폐소 설치로 대체해 줄 것을 건의했고 감사원은 이를 받아들여 한국전력공사에 개폐소 설치를 권고했다. 한전은 이에 개폐소 설치에 따른 민원해결, 추가비용 부담, 추가토지 확보 등의 세가지 조건을 걸고 감사원의 권고를 받아 들였다.

이에 광양시는 개폐소의 입지를 봉강면으로 내정하고 지난 20일 봉강면 회의실에서 ‘신강진~광양간 송전선로 개폐소 설치방안’이라는 제목으로 광양시에서 선정한 예상 입지를 설명하는 한편 주민의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는 광양시에서는 황학범 기업지원경제과장 등이 참석했고, 한국전력에서는 최영성 송전건설과장 등이 참석했으며, 주민대표 10여명이 참석해 각자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했다.

광양시는 지리적 조건만을 고려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3가지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역주민 대표가 부정적인 의사를 나타냈다. 지역주민대표는 광양시가 제시한 입지에 관한 안 대신 ▶순천시와 협의해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순천으로 개폐소를 옮기는 방안 ▶주민대표가 물색한 장소(남산)에 개폐한 장소에 설치하는 방안 ▶설치 절대 불가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황학범 과장은 이에 대해 “순천과의 협의는 이미 선로공사가 초기단계를 지나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말하고 “주민대표가 물색한 장소도 개폐소를 설치할 만한 공간 확보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광양시 관계자에 따르면 개폐소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가로210m, 세로140m 정도의 공간이 필요하지만 주민대표가 물색한 장소는 이러한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광양시와 봉강면 주민대표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한전측 대표로 참석한 최영성 과장은 “광양시민 등의 반대로 송전선로 공사가 많이 지연된 만큼 의견이 조율되지 않으면 한전은 기존에 예상 선로인 백운산을 통과하는 송전탑을 설치하는 수밖에 없다”며 조속한 합의를 종용했다.

백운산 송전선로는 지난 2월 전남도행정위원회가 한전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백운산을 통과하는 송전탑을 재개할 수 있는 법적인 요건은 갖췄다. 다만 지역주민 등의 반발을 고려해 감사원이 개폐소 설치를 권고한 것이기 때문에 한전이 공사를 강행한다면 감사원의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이에 대해 한 지역대표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는 “광양시, 봉강면 주민 그리고 한전이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대안을 마련하자고 모인 자리에서 이런 엄포성 발언을 하는 것은 상당히 불쾌한 처사”라며 한전에 불만을 나타냈다.

광양시와 봉강면 지역 주민의 원만한 합의가 없으면 백운산에 송전탑이 들어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만큼 광양시와 봉강면 주민뿐만 아니라 광양시민 전체가 양보와 타협을 통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최연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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