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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해서 남주자”고종환 제철남초교사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24.05.1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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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을 시작한 지 벌써 34년째가 된다. 세월은 많이 지났고 시대는 많이 변했지만 교직을 시작할 때부터 추구해 온 나의 교직관은 <공부해서 남주자>였다. 실수투성이 온갖 시행착오 교직 초년병으로 시작하여 지금의 나름 교직 베테랑 선생님이 되기까지 오랜 과정이 있었지만 <공부해서 남주자>의 교육 신념은 더욱 완성되고 성숙되어 감을 오늘 내가 맡은 교실 현장에서 실감한다.

<공부해서 남 주자>는 말은 단순히 이타적인 삶을 살자는 말이 아니다 인생을 의미있고 재미있게 행복하게 사는 절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는 나 자신에게 자녀에게 제자들에게 계속 강조하고 그 삶을 평가하는 기준이 있다 그것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남보다 더 높은 자리 더 많은 부(富), 더 건강함, 더 존경받고 성공한 인생을 사는 것에 집중시키고 그것으로 행복을 평가하고 추구하려는 경향이 다분하다. “공부해서 남주냐?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야 “흔히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무심결에 자녀나 제자들에게 다그치면서 자주 하는 소리다 이것처럼 위험한 말이 또 없다.

그 말을 듣고 믿고 자란 아이는 어른이 되면 분명 또 그 자녀들에게 제자들에게 똑 같은 말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못된 시어머니께 시집살이를 심하게 한 며느리가 나중에 시어머니가 되면 더 혹독한 시집살이를 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거두절미하고, 결국 우리 인생이 행복하지 않는 이유는 곧 소명을 가장한 야망을 추구하는 삶, 그것을 부추기고 가르치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야망을 추구하는 삶은 늘 비교하게 되고 만족함이 없고 교만해지거나 피해의식 굴욕감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야망과 다른 소명은 자신만이 가진 기질과 재능으로 최대한 자기 다움을 발휘하고 남을 존중하고 더불어 베풀고 나누어 행복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는 일이다. 공부해서 남주는 삶을 한번이라도 경험해 보고 살아본 사람은 그 행복이 얼마나 크고 오래가는지 금방 알 수 있다.

그것이 내 삶이 되면 자녀를 바라보는 눈이 제자를 가르치는 방법이 달라진다. 걱정과 근심으로 바라보던 눈이 아니라 감사와 희망으로 바라보는 눈이 된다.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고 진심어린 사랑으로 가르칠 수 있다. 공부는 야망을 충족하기 위해 오늘을 희생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소명을 깨닫기 위해 하루 하루 겸손히 즐겁게 배워가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교육 현장에는 소명은 없고 야망만 가득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러다 보니 오로지 내 야망을 위해서는 타인을 희생물로 삼아도 좋다는 생각이 팽배해 지고 있다. 이건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입시 위주의 교육관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어 간 것이다. 이런 교육관은 아이들은 물론 교사들과 학부모도 힘들게 만들 뿐이다. 어쩌자고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일선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뼈저린 반성을 해 본다. 그나마 희망이 있다면 아직도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무균질 그대로라는 사실이다. 저들의 가슴에 경쟁이 아닌 협동과 배려의 씨를 뿌린다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세상 가치관이 그런다고 해서 나까지 그런 가치관에 물들 필요가 어딨겠는가. 오늘도 밝은 얼굴로 선생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제자들 얼굴을 보니 교사의 소명이 얼마나 소중하고 보람되는 일인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아니, 해맑은 아이들 얼굴을 보니 교사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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