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연재 최현배 사람 사는 이야기
응급실-4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23.11.17 11:59
  • 댓글 0

애기가 집에 온 지 3주가 지난듯 하다. 그동안에는 잘 지냈는데 오늘 새벽에 응급상황이 발생했다. 어제 저녁까지는 잘 뛰어 놀고, 배고프다 보채고, 높은 곳엘 올라가려고 애를 쓰던 녀석이 잘 때 좀 골골 거리길래 어디 불편한가 보다 했는데 아침에 깨어 나서는 제대로 몸도 가누지 못하는듯 하고 호홉도 거칠어 보였다. 급하게 아내를 불러서 상태를 말하니 빨리 병원을 가야하겠다 한다.

나는 애기(고양이) 아빠라고 하면서도 초보 집사임을 어찌할 수 없는가 보다. 아기 고양이가 아픈 것이 어느 정도 인지 가늠도 제대로 못 하니 말이다. 밤새 좀 앓는것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러려니 할 뿐 이었다. 그런데 아내는 간호사라 그런지 금새 상황을 파악하고서 빨리 근처에 있는 24시 동물병원에 가보자고 한다. 아침 7시 경이라 일반 진료가 어렵기 때문이다. 딱 봐도 호홉이 거친데 밤새 못 느꼈느냐고 심하게 나무란다. 봤는데 그러다 좋아지겠지 생각했다고 애둘러 변명하기가 무섭게 세수도 제대로 못 했는데 슬리퍼 끌고 급히 차를 끌고 집을 나서게 한다.

무슨 영문인지 제대로 서 있지를 못하고 헛구역질을 두 세번 연신 해댔다. 눈동자는 한곳을 응시하지 못하고 표정도 심상치가 않다. 아내도 제대로 옷도 챙기지 못하고 윗옷을 아무거나 걸치고 슬리퍼 걸음으로 나선다. 급히 가슴에 안고서 가면서 연신 인공호흡을 해댄다. 그리고 한 손으로 살짝살짝 가슴을 두드린다.

혹시나 해서 심폐 소생술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되겠나 하는 마음이 들지만 혹여나 하는 마음도 가득하다. 따스한 입김이 들어가는 인공호흡으로 조금이나마 숨쉬기가 편한지 애 얼굴이 조금은 나 아진 듯하다. 그래도 여전히 급하다. 다행히 24시 응급진료 동물병원이 집 근처에 있어 금방 도착한다.

출근하면서 보아온 길거리 동물병원이 두 세군데 있는데 그중의 한 곳이 24시 응급진료라고 쓴 것을 본듯하다. 위치가 좋아서인지 간판업을 하는 직업성향 때문인지 그 동물병원이 눈에 들어와서 얼핏 기억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거리로 출퇴근 한 지가 십 여년이 넘어서 이 삼년 전에 오픈 한 가게들은 거의 다 기억할 정도이고 어느 가게의 간판이 어디가 고장이 났는지도 체크를 한다. 심심풀이 땅콩으로 재미 삼아 고양이나 강아지가 자기 혼자서 자기영역이라고 영역 표시하듯이 나도 그렇게 출퇴근하면서 가게들을 살펴본다.

그런데 그 동물병원엘 가게 될 줄은 생각도 안 해 봤다. ‘그저 여기에 동물병원이 있네, 그런데 24시 응급진료까지 하네, 여기는 어떤 사람들이 올까? 거 간판 비싸게 만들었네. 견적이 300정도 되겠네’ 할뿐이었다. 세상에 그런데 내가 이 아침에 세수도 고양이 세수를 하고서 급하게 추리닝 하나 걸치고 아내랑 애기 고양이를 안고서 응급진료를 받으러 부랴부랴 올 줄이야. 도착을 하고서 는 대충 주차하고 급하게 올라갔다.

이른 아침이라 당직 샘이 계셨고 급하게 데리고 진료실로 들어간다. 잠시 후 나오더니 저체온증으로 체온이 33도라 한다. 고양이는 사람보다 체온이 높아 평균38도 인데 33도면은 상태가 심각한 것이다. 그러니 제대로 몸도 못 가누고 호홉도 힘들 정도였나 보다. 애기가 우리 집에 온 그 뒷날 딸애가 예방접종 하려고 집 바로 옆 병원엘 내원하니 그곳 샘이 생후 3주로 추정되어 아직 예방접종이 이르다 하시면서 새끼고양이는 체온유지에 신경써야 된다고 하신것이 생각난다. 그러면 추워서 그랬다는 말인가.

이 무식한 초보 아빠야! 지는 춥다고 내복에 잠바까지 꺼내 입고서는 새끼고양이는 털이 있다고 그런갑다 했으니 참으로 왕초보 아빠인것이다. 헐! 그 전날 자기 전에 온수 매트를 늦게서야 켰고 온도도 낮게 했다. 쉽게 말해 개념이 없었고 그새 애가가 며칠을 추위에 떤것이다. 그러다 좀 더 썰렁해지니 탈이 난듯하다. 급히 몸을 녹여주고 수액링거를 놓고서는 이리저리 기본적인 혈당검사와 X레이 검사를 한다. 혈당은 정상이고 골절도 없다 한다.

일단 응급조치로 심한 쇼크 상태는 피한듯 하니 담당 의사샘이 출근하시면 다시 와보라 하신다. 그때가 8시 경이라 기다리다 만나 보고 갈까 하다가 출근 하는 길에 들르는 것이 나을듯 해서 집으로 돌아갔다. 급히 아침을 먹고 다시 병원엘 들렀다. 애기가 있는 진료실로 들어가보니 입원 중인 강아지들이 제법있고 의사샘들과 간호사들이 분주하다. 환자가 사람이 아니고 애완동물인 것이 처음 보는 내게는 생소할 뿐이다.

담당샘께서 하시는 말이 애기가 아직 회복이 덜 되서 그런지 신경계 쪽에 약간의 데미지가 있는듯 하다 하신다. 쉽게 말해서 사물에 대한 반응이 늦거나 이상하다는 것이다. 그래 걱정스런 마음에 내가 애기를 쳐다보니 대번에 알아보고는 표정이 밝아진다. 지가 아픈 것도 알고 그래서 어딘지는 몰라도 여기에 와 있는 것도 알터인데 모두가 낯설고 몸이 아파 힘들어 하던 차에 아빠를 보니 반가운 것 일게다.

문을 열고 꺼내어서 잠시 바닥에 내려 놓으니 내가 불러본다.'' 야옹, 야옹'' 내가 부르는 방식이다. 내 목소리를 듣고서 힘들게 움직인다. 그 모습을 보고서야 걱정이 조금 더 사라진다. 나를 알아보고 반응으로 내게 오려고 한 것이 의사샘의 말처럼 신경계의 손상이 있는 것 같지 않아서 이다. 일단은 오후가 되면 상태의 정도가 확실해지니 그때 전화 주신다 한다. 상태가 좋아질거라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은 맴이 덜 쓰여 가게로 출근했지만 그래도 걱정에 좀처럼 일이 쉽지 않다. 다들 그런가 보다. 비록 자기들의 친 자식이 아니더라도 가족인 강아지나 고양이가 아파서 병원에 있으면 맴이 쓰리고 걱정되는 것이.

우리는 가게가 집에서 멀지 않아 점심을 집에서 먹는다. 그러니 내가 그 유명한 삼식이다. 그것도 짠밥이 많다. 거의 십 여년이 넘는다. 그래서 설거지는 찍소리 못하고 내 몫이다. 다만 이핑계 저핑계로 가끔 빼먹을 뿐이다. 온다던 전화가 없길래 걱정이 돼서 다시 병원엘 가 봤다.

다시 애기 면회를 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침과 확연히 다르게 좋아 보였다. 나를 보고서는 바로 일어 서길래 유리 케이스에서 꺼내 놓으니 잘 걸으며 내게로 온다. 그리고는 집에서 하듯이 벌러덩 드러누워 발을 저으며 애교도 부린다. 샘께서 밥도 잘 먹었고 장난도 치더라 하신다. 그제서야 내가 웃는다. 오후에 퇴근하면서 퇴원시키면 되겠노라고.

일을 마치고 퇴근길에 애기를 데리고 퇴원했다. 혹여나 다시 추위 탈까 봐 가슴에 꼭 껴안고서는 차 안의 히터도 이빠이(가득) 튼다. 집에 와서는 잠시 조용히 있더니 다시 이리 저리 헤집고 다니다 배고프다 앵앵거린다. 다시금 높은 델 올라 가려고 멋진 폼도 잡아 본다. 그러는 동안 애기밥을 준비하면서 실내 온도를 높이려고 보일러 온도를 과감하게 24도로 올리고 방안의 온수매트도 50도로 올린다. 선택의 망설임이 있을수가 없다. 애기 덕에 올 겨울은 너무나 따뜻하게 보낼것 같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더니 애기가 추워서 심하게 아픈 것 같아 난방비 걱정할 겨를이 없다.

요즘은 애완동물 축제도 구청이나 기타 관련 단체 후원으로 소규모로 있는 듯 하다. 그만큼 애완동물 가족이 많아졌다는 것일 게다. 예전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다. 이러한 이유가 이제 애완동물 양육 인구 규모가 1500만에 이른다 한다. 그래서 이제는 애완견 애들은 우리들의 주민등록처럼 동사무소에 등록도 해야된다. 정부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함일 게다. 이렇게 많으니 그럴 만도 하다.

예전에 강변 공원에서 운동하다 토요일이 되면 근처의 강생이 엄마들이 강아지들을 데리고 삼삼오오 공원의 초원처럼 넓은 들에서 같이 산책하고 강아지들끼리 놀게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대략 봐도 50여 마리는 넘어 보였다. 요즘처럼 가을의 맑은 햇살이 완연한 날은 더 많이 나올 듯도 하다.

어쩌다 늦둥이 자식같은 고냥이 아빠가 되어 밤에 분유 먹이고 아프면 응급실도 가게 되었다. 주위에서 말하길 애완견이나 고양이를 돌보는 게 우리 아이들 키우는 만큼의 정성이 든다 하더만 솔직히 그러한듯 하다. 그만큼 어려우면서도 기쁨도 있다는 뜻일 게다. 우리가 애들을 키울 때, 마냥 힘들지만 기쁘고 속 썩이지만 사랑스럽고 그러면서 행복해 하는 것처럼 말이다.

예전에 강생이 엄마들이 강아지를 유모차에 태워 밀고 가거나 가슴에 품고 다니는 것을 보고는 사람도 아닌데 좀 심한 게 아닌가 하며 생각도 했는데 이제는 내가 그렇게 하는 것 같다. 아내도 이전의 우리 어머니들 처럼 개고양이를 사람처럼 아낀다며 은근슬쩍 흉봤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애초부터 없었던 것처럼 아낀다. 집에 와서는 춥게해서 아프게 한것 같다고 자책하고서 다시 추워할까 봐 온 집을 데우고 청소도 깔끔히 한다. 틈만나면 하던 서예공부도 먹만 갈아놓고 붓을 들기도 쉽지 않다. 아마 당분간은 어려울듯 하다.

밥만 주고 조금 놀아 주면 되겠거니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먹이는 것은 이유식을 제대로 못해줘서 토하기도 했고, 새끼 고양이라는 상황에 맞게끔 적절한 체온유지를 못해 주어 급기야 응급실까지 다녀왔다. 결론적으로 신고식을 호되게 치른 것이다. 좀 더 커서 한 살 정도로 자라면 얼마나 이쁘고 장난꾸러기 고양이로 자랄지 자못 기대된다. 애기야 아프지 말고 잘 자라야 한다.

 

 

광양경제신문  webmaster@genews.co.kr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양경제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많이 본 뉴스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