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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아강향림 수필가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23.11.15 10:49
  • 댓글 1

둘째 입소식 날이었다. 앞서 큰애를 군에 보냈는데도 나에게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나와 남편은 강당에서 중대장의 환영사와 정보를 듣고 연병장으로 나갔다. 부모들보다 30분 전에 나온 아이들이 줄지어 어색한 몸짓으로 연습한 구령을 외쳐댔다. 

식순이 끝나고 아이들이 차례대로 움직이며 헤어질 순간이 됐다. 부모들은 아이들 얼굴을 가까이 보려고 연병장 아래쪽으로 이동하거나 이름을 불렀다. 나도 남편과 둘째를 크게 외쳤다. 그때 누군가 ‘가을아’ 하는 소리에 남편과 나는 동시에 쳐다보며 빵 터져버렸다. 입소식 오는 차 안에서 내가 L마트 ‘가을아’ 이야기를 들려줬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 L마트는 밴드를 운영했다. 핸드폰에 공동구매 상품이 올라오면 원하는 개수로 소비자가 댓글을 달았다. 최종적으로 밴드 운영자가 소비자 아이디를 올려주면 지정된 날짜에 찾으러 가면 됐다. 밴드 공구를 이용하면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반면 밴드 새 상품 알림에 중독되면 필요하지 않은 데도 사게 돼 불필요한 소비가 잦아진다. 그렇지만 잘 이용하면 가성비 좋은 시장보기이다.

나는 이런 좋은 정보를 근처 사는 친구에게 알려줬다. 친구는 밴드에 가입하고 물건을 구매하고 만족했다. 친구도 나처럼 L마트의 단골이 됐다. 친구의 아이디는 ‘가을아’였다. 시간이 맞는 날이면 친구와 나는 산책하거나 목적지를 정해 가까운 데로 나갔다. 그날도 그랬다. 콧바람 쐴 겸 친구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친구는 마트 갈 시간이 애매하다며 퇴근하는 남편에게 밴드 상품을 찾아달라고 전화했다.

전화를 마친 친구가 피식거리기 시작했다. 며칠 전, 친구는 처음으로 남편에게 밴드 상품을 대신 찾아오라 부탁했단다. 밴드 공구 상품을 찾아가려면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가져와야 했다. 친구 남편은 마트로 가자마자 계산대로 다가가 직원에게 말했다.
“가을아, 왔어요.”
“네? 뭐가 왔다고요?”
잠시 떨떠름한 표정이던 직원은 이해했다는 듯 가운데 밴드 상품 판매대로 가라고 알려줬다. 민망해진 친구 남편은 직원이 알려준 상품 판매대로 가서 친구가 말한 물품들을 챙겼다. 몇 가지 물품을 집어 곧바로 마트 출입문으로 나갔다. 계산대 직원이 급한 목소리로 친구 남편을 불렀다.

“가을아 님, 그냥 가시면 안 돼요. 계산하셔야지요.” 나는 친구 이야기에 웃다가 눈물을 찔끔거렸다. 밴드 상품은 인터넷서 미리 찜하고 수령할 때 계산하는 식이다. 핸드폰에서 선결제가 아닌데 친구 남편은 계산된 줄 알았던 거다. 인터넷으로 주문할 때 계산을 마치듯이 말이다. 

그 이야기를 입소식 가는 차 안에서 남편에게 들려주었다. 남편은 키득거리는 나에게 그렇게 우습냐며 말했다. 그 가을이란 단어를 연병장에서 듣게 될 줄이야. 가을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따라와 아들과 헤어지는 순간까지 다다른 건가. 아들을 보고 울컥한 마음도 잠시였다. 남편과 나는 크게 웃고 말았다.
멀어지는 아들의 뒷모습에 가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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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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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금옥 2023-11-19 09:42:23

    둘째가 입대 했나봐요
    우리 아들 입대했던날이 생각 나네요
    당연히 대한민국 남자라면 가야 하는것으로 알고 별 생각 없이 논산 후년소를 갔는데 가족들을 뒤로 하고 훈련장에 들어가는 순간 눈물이 쏟아 졌어요. 아들이 그것을보고 매우 아파했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이별이란 누구나 낯선 일이죠
    그러면서 우리의 삶이 성장 해나가겠죠~~~^^

    암튼 사랑하는 아들 건강하게 군생활 잘하고 제대 하시길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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