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장애아들을 키우는 광양읍 A씨는 요즘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튜브를 통해 음식을 섭취해야 하는 아들의 ‘밥’이 바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가 심각한 아들은 밥, 반찬, 국과 같은 일반식 섭취가 전혀 불가능하기 때문에 ‘엔커버’와 같은 묽은 형태의 환자 유동식이 생명줄을 이어주는 유일한 식사다. 순천에 있는 한 종합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병원 앞에 있는 약국에서 ‘엔커버’를 사오던 A씨는 요즘 구하기 힘든 ‘엔커버’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중증환자 식사대용 ‘엔커버’는 처방전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의약품으로 보험적용이 된다.

A씨는 “약국에서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공급이 잘 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물량이 없다고 하는데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눔 하거나 또는 팔고 있는 걸 봤다”며 “이게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 답답한 마음에 장애인 관련 기관에 문의해봤지만 상황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더라. 아픈 아들의 끼니가 다 떨어져 가는데 어디 가서 어떻게 구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A씨의 사연을 듣고 시내 약국 몇 군데에 문의해보니 ‘품절’이라고 했고, 중고거래 사이트를 확인해보니 실제로 처방받은 값보다 더 비싸게 내놓은 경우도 있었다.

A씨는 “병원 처방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의약품이 어떻게 중고거래 장터에는 나오는지 알 수가 없다”며 “중증 장애로 힘들게 하루하루 버티는 우리 아들은 ‘엔커버’가 유일한 식사인데 구하기가 어려우니 답답하고 부모로서 마음이 아플 뿐이다. 우리 아들과 같은 장애인들을 위해 관련기관이나 단체가 관심을 좀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순천의 한 가정의원 앞에 있는 약국에 근무하는 최 모 약사는 “음식물 섭취가 힘든 환자들이 찾는 품목이라 작은 병원 근처 약국에서는 구하기가 더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엔커버’는 장기간에 걸쳐 음식물 섭취가 곤란한 환자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경장영양제 전문약(ETC)으로 JW중외제약이 공급하고 있다. 밀크 맛과 커피 맛, 옥수수 맛 등이 있어 환자와 가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엔커버’는 지난 2019년에도 ‘품절사태’로 인해 환자와 가족들의 애를 태운 적이 있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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