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가계대출 급증의 원인으로 꼬집어 지목하면서 은행권이 연령 제한 등 조건 변경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50년 만기 주담대를 받은 사람은 차치하더라도, 이용 계획이 있거나 조건 변경으로 대상에서 밀려날 경우 형평성 논란 등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는 이렇게 규제할 것이면 처음부터 상품을 못 팔게 할 것이지 ‘왜 가계대출 급증을 남(은행권) 탓으로 전가하냐’며 금융당국을 향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Sh수협은행은 오는 24일부터 50년 만기 주담대 가입 연령을 정책모기지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이 만 34세 이하로 제한하기로 확정했다. 현재는 가입 연령에 제한이 없다.

Sh수협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정책모기지 상품과 동일하게 나이를 맞춰 판매하도록 결정됐다”며 “24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앞서 Sh수협은행은 올해 1월 은행권 최초로 주담대 최장 만기를 기존 40년에서 50년으로 연장했다. 이후 은행권에서는 지난 7월부터 50년 만기 주담대가 잇따라 출시됐지만 가계대출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판매 중단이나 대상 제한 등의 방침을 속속 밝히고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50년 만기 주담대에 가입 연령 제한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연령 제한 등 대출 조건 변경에 대해서는 검토 중”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한도 소진을 이유로 이달 말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 중단을 알렸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판매 중단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5대 은행이 지난 7월 출시해 지난 21일까지 취급한 50년 만기 주담대는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기가 긴 주담대는 소득이 적은 청년층과 무주택자 대상으로 매달 상환하는 원리금(원금+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당초 정책모기지 상품으로 주택금융공사가 출시한 바 있다. 만기가 길면 총 대출기간 동안 납입해야 하는 총 이자가 늘어나는 반면, 당장 상환부담은 줄일 수 있다. 

또한, 매년 갚아야 하는 원리금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속에서 대출한도도 많아진다. 때문에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를 이른바 ‘DSR 무력화’로 보고 대출한도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조만간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택거래 회복 등의 영향으로 가계대출 중 주담대 잔액은 올 2분기(6월말) 1031조2000억원으로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14조1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증가폭은 2021년 3분기(20조9000억원) 이후 가장 컸다. 한은 관계자는 “적지 않은 규모로 관계 당국이 주목하고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지지 않도록 한은과 관계 당국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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