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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한자 人文學 -286절영지회
  • 홍봉기 기자
  • 승인 2023.05.0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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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사소한 것보다 전체를 위한 결단이 필요 
 

‘갓 끈을 끊고 노는 잔치’라는 뜻의 절영지회(絶纓之會)는 흔하게 쓰이는 고사는 아니지만 기억해 두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도움이 되지 싶다. 한마디로 말하면 남에게 너그러운 덕(德)을 베푸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다. 이 고사의 유래를 살펴보면 이렇다. 초나라 장왕(莊王)이 한 지역의 반란군을 평정하고 돌아와 여러 장수들을 모아 놓고 연회를 베풀었다. 이 자리에는 장왕의 비빈(妃嬪)도 참석했는데, 요즘식으로 표현하면 애인도 참석했던 것. 날이 어두워지자 장왕은 불을 밝히고 비빈 허희(許姬)를 시켜 신하들에게 술잔을 돌리게 했다.

그런데 난데없는 광풍이 불어 연회석을 휩쓸었고, 촛불이 모두 꺼져 버렸다. 미처 불을 켜지 못하고 있는데, 한 장수가 호기 있게 허희의 가슴을 만졌다.(어떤 곳에는 입술을 훔쳤다고도 돼 있고, 또 다른 곳에는 손을 잡았다고 함) 허희는 깜짝 놀라 한 손으로 그 장수의 관 끈을 잡아당겨 끊었다. 허희는 끊은 갓끈을 들고 서둘러 장왕 앞으로 달려가 일러바쳤다. 그러니 어서 불을 켜서 자기를 희롱한 자를 찾아 처벌하라는 것이었다.

이제 불만 켜면 갓끈이 끊긴 자가 바로 왕의 애첩을 희롱한 자라는 게 드러날 판이었다. 그러나 장왕은 장수들에게 허희의 부탁과는 다른 명령을 내렸다. “나는 오늘 이 연회에서 마음껏 즐기기로 약속했다. 모두 갓끈을 끊고 실컷 마시자. 갓끈이 끊어지지 않은 자는 마음껏 즐기지 않은 자이다.” 장수들이 모두 갓끈을 끊은 후에 장왕은 촛불을 밝히라고 명했다. 결국, 허희의 손에 잡힌 갓끈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 연회는 화기애애하게 끝을 맺었다. 가끔은 사소한 문제보다 전체를 위한 문제를 생각하는 게 모두를 이롭게 할 때가 있다. 그렇지 않고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릴 때 문제의 본질을 놓치기 쉽다. 만약 왕이 허희이 말대로 했다면 술자리 분위기는 엉망이 되었을 것이고, 또 자신의 훌륭한 장수를 처단하는 어리석음을 범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혜로운 판단 덕분에 모두가 좋은 분위기 속에서 연회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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