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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신미경해마다 피는 꽃은 비슷하건만...
  • 홍봉기 기자
  • 승인 2023.03.2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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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남도는 꽃사태로 멀미가 날 지경이다. 온갖 꽃들이 일제히 피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봄을 대표하는 고사야 차고 넘치지만 그 중에 양신미경(良辰美景)도 있다. 이 고사는 ‘좋은 시절과 아름다운 경치’라는 뜻으로 요즘 같은 봄날을 비유할 때 주로 인용하는데, 미경량신(美景良辰)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경치도 일단은 내 마음이 편해야 즐길 수 있다. 요즘처럼 나라가 엉망으로 돌아가거나 온갖 금융위기가 엄습할 때는 좋은 경치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는 까닭이다. 물론 사람 사는 일이 늘 문제가 오고 가는 갈등의 연속이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늘 얼굴을 빨래판으로 만들면서 살 것까지는 없지 않겠는가. 지난주만 해도 매화꽃이 폈다며 그렇게들 좋아했는데 요즘은 또 벚꽃이 앞다퉈 피고 있다. 

특히 저녁 어스름 녘에 보는 벚꽃은 마치 하얀 등불을 켜고 있는 듯 아름다워 보인다. 이렇게 좋은 세상에 어쩌자고 인간들만 그렇게 애를 태우며 살아야 하는 것인지 못내 아쉽기 짝이없다. 이처럼 정신없이 앞다투어 피는 꽃을 보니 年年歲歲花相似 (연년세세화상사)歲歲年年人不同(세세연년인부동)이라는 시가 떠 올랐다. “해마다 피는 꽃은 비슷하건만 사람의 얼굴은 같지 않더라” 라는 뜻인데 가만 음미하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당재자전(唐才子傳)에 의하면 이 시를 유희이(劉希夷)가 지었다고 한다.

이 시를 읽은 그의 장인 송지문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이 구절을 자기에게 달라고 했는데 거절하자, 자기 사위를 흙 포대로 눌러 압살했다고 한다. 물론 그 진위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지만, 시구절에는 절로 동의하게 된다. 돌아보면 내 곁을 스쳐 간 사람이 얼마나 많았은지 모른다. 어떤 사람은 좀 더 붙들고 싶었지만, 시절인연은 그런 관계를 허락하지 않았다.

아마 사람들은 속절없이 떨어지는 꽃을 보면서 봄이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욕심을 품겠지만, 꽃이 떨어져야만 열매가 다시 맺히는 것을 생각하면 크게 아쉬울 것은 없어 보인다. 하여튼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그렇게 가는 게 자연의 이치다. 그런데도 자꾸 그런 이치를 거슬려 가려고 하는 인간들 모습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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