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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름(姓名)에 대하여나종년 광양경제신문 논설위원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23.03.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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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그 사람을 상징한다. 이름이 곧 몸이요, 몸이 곧 이름이라 하였다. 유명천추(遺名千秋)라 하여 이름은 영원하다 하였고 ‘호사유피(虎死留皮) 인사유명(人死留名)’이라 하여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는 말이 있다. 이름은 남이 불러주기 때문에 그 음과 뜻이 품위가 있고 가치가 있어야 한다. 

이름의 종류에는 아명, 자, 호, 아호 등이 있다. 아명(兒名)은 어릴 때 이름이다. 옛날에는 전염병이 많아 아이가 다 자라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아서 아명을 무병장수를 염원하며 천하게 이름을 붙었다고 한다. 이름이 천하면 악신이 쉽게 침범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 우리는 개똥이, 쇠똥이, 짱구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들이 많았다. 심지어 고종황제의 아명이 ‘개똥이’ 였다고 한다. 자(字)는 본이름 외에 부르는 이름이다. 흔히 결혼한 뒤에 성인으로서 본이름 대신으로 불렸다. 호(號)는 본이름이나 자(字) 이외에 쓰는 아명(雅名)이다. 

따라서 호나 아호는 같은 의미라고 보면 되겠다. 본인이 지은 호를 자호(自號)라고 하고 아호(雅號)는 문인이나 예술가 등의 호나 별호를 높여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아호의 雅는 우아하다. 아름답다. 고상하다 라는 뜻이다. 즉 아호는 우아하게 부르는 이름인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이름을 잘 짓기 위해 우리는 성명학 전문가를 찾기도 하고 사주명리학자의 조언을 받기도 한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사랑하는 부모로부터 최초로 받는 최고의 선물이 바로 이름인 것이다. 뜻이 좋고 부르기 편리한 이름이 좋은 이름 이다. 이름 속에 품격이 있고 이름 속에 운명이 있기에 이름을 잘 짓는 것이 그 사람의 인격을 높이고 살아 가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이름이 부르기 어렵고 그 어감마저 비천하게 들린다면 이름을 내 세우기가 두렵고 이름을 듣는 사람들 역시 당사자를 쳐다 보면서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필자는 평생 이름 때문에 심한 열등감을 가지고 살았다. 사춘기에 들어서서는 어머니께 떼를 써서 이름을 바꿔 달라고 투정을 부리곤 하였다. 어머니는 서울의 유명한 역술인에게 감정도 받고 여러 곳을 수소문 한 끝에 “이름이 나쁘지 않으니 공부나 열심히 해라”하며 나를 달래곤 하셨다. 

그리고 가정에 어려움이 있어 이름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을 정도로 바쁘고 고달픈 생활이 시작되어 이름 그대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고군분투하며 세파를 헤치며 살아왔다.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사회활동을 열심히 하던 차에 또 이름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출세를 하려면 이름부터 바꾸라는 주위의 권유가 많았다.

어느날 나는 어머니께 조용히 여쭈어 보았다. “어머니 제 이름은 누가 지었나요?” “왜? 옥룡 할아버지와 진월 외할아버지가 귀한 아들 낳았다고 의논해서 유명한 사람한테서 지워 왔단다. 누가 뭐라 하드냐?” 나종년(羅鍾年), 이름의 뜻만 놓고 풀이 하자면 ‘풍요로운 종소리가 해마다 울린다’ 라는 부자되는 이름이다. 

그러나 이름을 부를 때 ‘종년’으로 소리를 내야 하니 어감도 좋지 않고 의미도 천하게 들리는 이름이 아닐 수 없다. 이 이름을 가지고 60여년의 세월을 살아 나왔다. 버지께서 살아 계신다면 “왜, ‘종년’이라고 이름을 지으셨습니까?”라고 여쭤보고 싶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다.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께서 광양장과 하동장을 오가시며 유명한 이름집에서 지어오신 이름 ‘종년’이를 가슴에 안고 오늘도 내일도 가정과 지역의 머슴이 되어 낮은 곳에서 성실한 땀을 흘려 나가야겠다. 하늘에 계신 두 분 할아버지께서 “낮은 곳에 진실이 있고 진실해야 영원하다”라고 크게 힘주어 말씀하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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