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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겨울밤은 우리들의 전설이 되었다 김영배(세계가나안운동본부대협력광주전남지역본부장)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22.12.0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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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이면 친구들은 홍이의 방으로 모여 들었다. 홍이는 혼자서 뒷방을 사용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우리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친구들은 늦은 시간에도 돌담을 넘어와 밤이 늦도록 떠들고 놀았다. 진눈깨비가 내리던 어느 겨울밤이었다.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밤이 깊은 줄도 모르고 허기가 들었다.

그러나 가난한 시골에 허기를 채워줄만한 것이 변변치 않았다. 간식이라고는 유일하게 고구마가 있었지만 자주 먹다보면 속이 쓰려서 배앓이를 하곤 하였다. 그러던 차에 갑자기 한 친구가 닭서리를 하자고 제안을 하였다. 중학생이 된 우리는 의기투합하였지만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이라 누가 선뜻 나서지 못하였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렸다. 그때 한 친구가‘한 번 해보자’하였다. 우리는 갑자기 대책을 논의하느라 분주해졌다. 닭을 어떻게 잡을 것이며 누구네 닭을 잡을 것이며 닭장에는 누가 들어가고 망은 누가 볼 것이며 닭을 잡으면 어디에서 삶아 먹을 것인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로 서로의 의견이 분분하였다. 일단 잡는 것이 우선이었다. 닭을 잡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기에 잡아먹는 것은 그 후의 일이었다.  

마을에는 간간이 개 짖는 소리가 겨울 눈발에 섞이어 흩날리고 있었다. 나와 홍이와 종이는 서쪽마을에 살고 있어서 동쪽마을을 대상으로 했다. 마침 이웃 마을 길가에는 친구의 집이 있었다. 그 친구네 집은 그런대로 여유가 있었고 닭을 많이 키우고 있어서 친구 집 닭을 목표로 삼았다. 그 많은 닭 가운데 한 마리 없어 졌다고 주인이 알아차릴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재미로 하는 일이었지만 가슴이 방망이질을 하였다.

닭을 잡다가 울기라도 하면 도망치기로 하고 홍이와 종이가 닭을 잡으려 닭장 안으로 들어가고 나는 밖에서 망을 보고 있었다. 밖에서 지켜보고 있는 나는 닭장에 들어간 잠시 잠깐의 시간이 온밤을 다 새는 것과 같았다. 그 기다리는 동안 가슴이 얼마나 콩닥거리는지 한겨울인데도 온 몸에 땀이 나고 몸이 떨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둘이 밖으로 나왔다. 둘의 가슴에는 닭이 한 마리씩 안겨 있었다.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서도 우리는 의기양양하게 개선장군이 되어 그곳을 급히 벗어났다. 

그날 밤은 우리들의 세상이 되었다. 우리는 부엌에서 닭을 잡아 삶아서 배불리 먹고는 닭털을 태워서 없애고 유유히 무용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방문이 열리면서 한 아주머니가 들이닥쳤다. 그리고는 우리를 닭 도둑으로 몰아세웠다. 그날 밤 마을에는 공교롭게도 우리 말고도 다른 사람이 닭서리를 하였던 것이었다.

아주머니는“집에 닭을 잡으려고 온 사람들이 들켰는데 놔두지 않고 들고 도망을 갔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아주머니는 어린 아들과 함께 밤이 새도록 이웃동네까지 다 뒤지고 다니다 결국은 우리가 있는 곳까지 와서 범인을 잡았다고 하였다. 우리가 아무리 변명을 해도 믿어주질 않았다. 아주머니는 날이 밝으면 부모님에게 이야기하겠다는데 우리는 더 이상 우길 수가 없었다. 우리가 닭 2마리를 잡은 것은 사실이니 한 마리 값을 물어주자는 결론을 내리고 억울하였지만 훔치지 않은 아주머니 닭 값을 물어주기로 하였다. 

다음날 저녁 홍이와 함께 이웃마을 아주머니를 찾아갔다. 아주머니는 하필이면 씨 암 닭을 잡아갔냐며 분을 삯이지 못하며 한 시간 내내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한 마리 값으로 주겠다며 사정을 하여도 소용이 없었다. 그러자 우리는  아주머니 집을 나왔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지 의논을 하였다. 일단 각자의 저금통을 깨서 돈을 모두 모아보기로 하였다. 그러나 한 마리 값도 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우리는 부모님에게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새 학년이 되어서 참고서를 사야 한다면서 각자가 거짓말을 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부모님으로부터 힘들게 돈을 받아서 아주머니 집을 찾아가 그 문제를 해결했다.  이 때 우리는 세상에 공짜는 없고 죄를 지으면 그에 상응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그 해 겨울밤은 우리들의 전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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