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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과 콩국수
  • 김영신 기자
  • 승인 2022.06.2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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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신 기자

침수로 인한 시설하우스 농가 피해현장 취재 가는 길,
유명해서, 조금, 아니 많이 불친절하다는 소문이 파다하지만 짜장면이 맛있어서 줄서는 것도, 손님을 불쾌하게 하는 여자주인의 행태도 감내하고 먹었다는 이야기들이 떠도는 어느 짜장면 집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동행을 해준다는 친절한 제보자가 고마워서 내가 맛있는 짜장면을 사주마하고 짜장면 집으로 갔다.
두 명의 젊은 남자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줄서신 거예요?”  “네~”
짧은 대화를 끝내고 식당 안을 들여다봤다.
젓가락만 들고 주방을 바라보는 사람, 언젠가 나오겠지~ 하며 이야기삼매에 빠진 사람들로 식당안은 소란 소란했다.
나와 친절한 제보자도 그 두 남자 뒤로 줄을 섰다.
열두시 이십 분부터 오십분, 밖에서 삼십분을 기다리니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됐고, 여자주인이 우리에게 들어오라고 문을 열어주었다.
겨우 빈 자리에 앉았고 삼선 짜장 두개를 주문했다. 오래 기다렸으니 이제 음식이 곧 나오겠지 하면서...
하지만 이십분이 지나도록 음식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해 여자주인에게 ‘시간약속이 되어 있어서 바빠서 그러는데 언제쯤 음식이 나오느냐’ 물었다. 
마스크로 입을 가려 표정을 정확히 읽을 수는 없었지만 주인여자는 무척 퉁명스러운 어조로 대답했다. 
‘메뉴가 한 번에 나오니까 더 기다려야 된다’고, 한 십분 쯤 더 기다려야 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주위를 살피니 우리 보다 먼저 들어간 두 남자도, 그들보다 더 먼저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은 사람들도 아직 음식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드디어 주방에서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제 우리가 시킨 삼선 짜장 두 그릇도 나오겠구나 하고 나무젓가락을 비볐다. 
그런데 웬걸, 아니었다. 주인여자가 내오는 음식은 다른 테이블로 가는 요리 메뉴였다.
그 요리가 주문한 손님들의 테이블 위에 놓여 지고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의 삼선짜장 두 그릇은 나올 줄을 몰랐다.
아마도 주문받은 메뉴를 모았다가 한 번에 요리를 해서 내오는 모양이었다. 그러므로 먼저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아도 주방장의 요리 순서에 맞지 않으면 손님들은 무한정 하염없이 주방을 흘깃거리며 기다려야 하는 ‘손님 개무시’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그 짜장면 집에서 우리가 소비한 시간은 무려 50여분. 더 기다리다간 현장에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니 이미 살짝 늦고 있었다.
스멀스멀 짜증이 났고 주인여자에게 가야겠다고, 주문을 취소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주인여자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바로 주방으로 가서 큰 소리로 외쳤다.
“삼선 짜장 두개 취소요”
우리는 어이가 없었다.  
음식이 늦게 나오면 지금 주문이 밀렸고 상황이 이러이러하니 늦어서 미안하다는 둥 무슨 말을 해주고 기다리게 한다면 덜 답답했을 것이고 또 그렇게 많이 불쾌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마치 죄수들에게 밥 주듯, ‘줄 때까지 기다려라‘ 하는 식이었다.
손님들이 주인의 눈치를 보며 밥을 먹어야 하는 식당. 줄서서 먹는 소문난 맛 집의 야릇한 피로함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짜장면 집의 시스템에는 마음이 너그러워지지 않는다.
결국 작은 면소재지의 맛있다고 소문난 그 짜장면은 먹지 못했다. 대신 바로 옆에 있는 콩국수 집에서 콩국수를 먹었다.
진한 콩물에 직접 담근 김치, 친절한 사장님, 김치가 맛있다고 하니 접시가 비워지기도 전에 또 한 접시를 갖다 주었다.  
방금 전 짜장면 집에서 있었던 불쾌한 일화를 털어놓았다.
“젊은 사람들이 먹고 살라고 그라는디 그냥 잘 좀 봐 주이다. 바쁭께 안그라요?”
국산 콩을 갈아서 걸쭉하게 낸 국물에 마트에서 파는 일반 소면이 아닌, 오랫동안 거래해 왔다는 서울 무슨 전통시장 국수집에서 조달해 온 유달리 식감이 쫄깃한 면을 말아 탱글탱글한 토마토를 고명으로 얹은 먹음직스러운 콩국수 한 그릇이 재빨리 테이블에 놓였다.
느끼한 짜장면보다 상큼하고 시원한 콩국수가 훨씬 맛있었다. 국수 맛도 맛이었지만 국수집 사장님의 여유 있고 친절한 그 마음이 더 맛있었다고 말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짜장면 집에서 ‘당했던’ 그 ‘수모’를 냉큼 잊고 많이 늦지 않게 현장으로 갈 수 있었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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