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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다
  • 홍봉기 기자
  • 승인 2022.02.0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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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다들 그랬겠지만, 이번 설날에도 꼼짝 없이 집에서 보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소파에서 뒹굴었다. 아내는 늘 이런 나를 못마땅한 눈으로 흘겨보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나만의 못된 버릇이다. ‘성상근 습상원(性相近 習相遠)’이라는 말이 있다. 본성은 대체적으로 비슷하지만 습관에 의해 차이가 난다는 말인데, 그 말에 격하게 동의하는 요즘이다. 사람들은 다 엇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간혹(솔직히 자주) 내가 엄청난 부자였으면 좋겠고, 멋진 별장과 고급진 자동차를 타고 다닐 정도로 부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시로 하곤 한다. 아직 그런 부자가 되어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런 생각을 자주 하고 있다. 어쩌면 이런 생각은 나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 한 지인이 보내 준 영상을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이 조금은 달라졌다. 

우리나라 대기업 가문들 역시 크고 작은 슬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故 대우 김우중 회장은 아들을 교통사고로 떠나보냈고, 삼성 故 이건희 회장은 딸이 자살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으며, 故 정주영 회장은 두 동생은 교통사고로 또 아들 하나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아니 LG 구본무 회장은 19살 밖에 안 된 아들을 잃었다. 이들의 아픔을 생각하다 보니, 역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조금은 위로를 받았다. 

영상을 보내 준 지인은 이런 말을 덧붙였다. 돈은 행복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조금은 헛갈린다. 그렇다면 필요조건이 충족 되는 게 중요한데 과연 이 조건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갖추며 살고 있을까? 하는 거였다. 제일 먼저 내 자신부터 돌아봤다. 그랬더니 여전히 대출금을 갚느라 힘들어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충분조건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가져야 가능한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한 사람의 인격은  그 사람의 경제적 능력에 비례한다는 말도 생각났다. 그렇다면 부끄럽게도 나는 여전히 바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한 숨이 길게 흘러 나왔다. 마음 같아서는 가까운 고향에라도 훌쩍 다녀오고 싶었다. 물론 고향에 간다고 한들 시골집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은 어렸을 때 뛰어 놀던 골목이 떠오르기도 한다. 아름다운 것치고 흘러가지 않은 게 없고 흘러간 것 치고 또 아름답지 않은 게 없다고 하는데 나이테가 조금씩 굵어지고 보니 그 말이 점점 현실감으로 와 닿는 것을 느낀다. 

솔직히 어렸을 때 고향의 모습 대부분은 가난한 잔상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도 그 시절을 떠 올리며 ‘좋았다‘고 추억하다니, 삶은 참으로 아이러니로 가득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지금도 골목길은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다. 몇 개월 전에 찾아 갔을 때도 골목길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어느 철학자가 말하기를, 지금은 물질적으로 한 없이 풍요로운 시대지만 역설적이게도 마음은 한 없이 가난한 시대라고 진단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마음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쇼핑에 과도하게 몰입하거나 일에 중독된다는 것이다. 그런 것들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는 것. 생각하고 보니 일리가 있어 보였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자꾸 고향을 생각하는 것은, 적어도 그 시절에는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정이 자꾸 과거의 기억으로 환원시키는 셈이다. 역시 사람은 물질만 가지고는 뭔가 부족한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마음의 허기는 사람과의 따뜻한 관계를 가질 때만 채울 수 있는 것인데도, 우리는 늘 이런 사실을 너무 뒤늦게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향을 상실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마음을 상실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고향을 마음의 탯줄이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이제 그런 탯줄마저 없어졌으니, 얼마나 외롭고 힘들겠는가. 그래서 현대인들을 가리켜 정처 없이 부유하고 떠도는 노마드 족(유목민)라고 했던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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