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주의 작가였던 사르트르가 쓴 책 <지식인을 위한 변명>에 보면 이런 문장이 나온다. “지식인은 항상 구체적 사실과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그 사실에 대해서 항상 구체적인 해답을 가져야 한다” 이 문장을 접하고 나서 던졌던 질문은 ‘나는 지식인인가?’ 하는 질문이었다. 그랬더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한참 생각하고 내린 결론은 아무리 동네신문이라고 해도 글로 참견하고 사는 한, 지식인에 가깝겠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구체적인 사실과 마주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나니 부끄럽다는 생각(아마도 죽을 때까지 부끄러움의 페르소나는 영원히 나의 얼굴을 대변할 것이다.)이 먼저 고개를 들고 일어났다. 왜냐하면 구체적인 사실 앞에 직면했을 때도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자기변명으로 방어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10년 넘게 매주 기사 외에 잡글을 썼고 또 각종 소셜미디어에 등에도 단상을 쓰면서 구체적 해답을 얻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며 나를 합리화시켜본다. 아마 사르트르가 말하고자 했던 구체적인 사실은 우리가 살아가는 구체적인 현장이 아닐까 싶다.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역사 현장에 서 있어야만 구체적인 답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구체적인 사실과 약간 거리감을 두면서 이렇게 글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자기 한계를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야 더 객관적인 눈을 가질 수 있다고 자기변명을 하면서 말이다. 글도 현장 못지않은 선동성을 가지기 때문에 일정부분은 구체적인 사실의 하나일 테고 또 구체적인 해답의 출발선이라고 자꾸 우격다짐을 해보는 이유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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