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창밖을 내다보는데, 평소엔 잘 보이지 않던 로또 상점 불빛이 새삼스럽게 눈에 꽂혔다. 아무래도 이건 신(?)의 계시라는 생각이 들어, 이번 주엔 로또를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물론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이 814만 5,060분의 1, (당첨될 확률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뜻이지만) 현실이 어려우면 그런 확률 같은 거 따지지 않는 게 사람들의 속성이기도 하다. 특히 요즘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땐 그런 도박 또는 한탕주의가 더 판을 치게 되는 것이다. 1000원만 투자해도 수십억을 챙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 누군들 그런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 있겠는가. 

그동안 나도 몇 번 복권을 구매한 적이 있다. 조상들 꿈과 대통령 꿈을 꿨을 때였는데, 1등은 고사하고 보너스 번호조차 맞춘 일이 없다. 그런 줄 알면서도 주말이 돌아오면 로또 가게에 눈이 돌아가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런 나를 보고 행여나 일확천금을 꿈꾸는 도둑놈(?) 심보라고 욕하지는 말아 달라. 삶이 힘들고 어려울 때는 본인도 모르게 그런 곳으로 눈길이 돌아가게 되는 법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공정한 게임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빨리 성공하고 싶은 것이다. 한탕주의가 해마다 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기업은 여전히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편법을 일삼고, 권력자들은 온갖 꼼수를 다 동원해 부와 명예를 확장해 나가고 있는데 ‘나라고 못할 것 같냐’ 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절망적인 분위기 때문에 당첨확률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로또에 인생을 걸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자고로 땀과 노력이 정당한 값을 지불받지 못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는 사회다. 지금 우리 사회가 점점 그런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잖아도 설날이 코앞인데, 호주머니 사정이 너무 좋지 않다며 다들 한숨이다. 그러나 최고의 로또는 역시 사랑하는 가족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세상에 아직은 이 보다 더 좋은 선물은 나오지 않았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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