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인간의 대결

이스라엘 신은 자신을 가리켜 "나는 알파요 오메가"라고 했다. 처음과 끝이라는 말인데, 한 마디로 창조부터 종말까지 자기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하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세돌과 승부를 겨룬 알파고(Alpha Go)라는 지능 컴퓨터 역시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 세상은 자신들이 처음(Alpha)부터 계속 이어가겠다(Go)는 선전포고로 들렸다.

사람들은 인간의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라며 열을 올리고 흥분하며 감동을 연출했지만, 그 배후엔 뭔가 개운치 않는 면도 없잖아 있다. 구글은 이 세기의 대결을 통해 다시 한 번 자기들의 입지를 세상에 알림과 동시에  천문학적인 기업 이익까지 챙기는 모습이었다. 

알파고는 1202개의 CPU(중앙처리장치),176개의 GPU(그래픽이미지), 100대의 서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게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몰라도 거의 신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그런 알파고를 이세돌이 한 방 먹인 셈이다. 물론 5판을 모두 다 그렇게 이겼으면 좋았겠지만, 그랬다면 아마 감동이 덜했을 것이다.

사람은 실수(특히 고수들)를 할 때  친밀감이 상승되는 법이다. 신이 불쌍한 이유는 절대 실수를 할 수 없다는데 있다. 실수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단점 또는 미덕이 되기도 한다. 기계가 어느 단계까지 진화할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알파고도 인간이 만든 기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것은 없어 보인다. 기계가 진화하는 만큼 인간 또한 진화를 해 나갈 테니까 말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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