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은 통일 되는 것
“6?25를 겪은 사람은 누구나 소원이 통일일 것입니다. 모두가 하나되어 나라를 지키던 그 당시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휴전 당시 15사단장님이 패망하고 좌천되어 가면서 ‘이 중사(지금의 병장), 이 중사에게 훈장을 못 챙겨줘 미안하네’ 라고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그런데 국가보훈처에서 훈장 찾아주기 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 병무일지를 꼼꼼히 뒤지다 이재춘 유공자는 60년만에 훈장을 받게 됐다.
“나라를 지키는 일에 목숨을 걸었지요. 병무일지를 뒤져보니 1954년 이미 훈장이 주어졌었는데 모르고 있었다는 겁니다. 제가 1951년에 입대해서 1957년에 제대를 했어요. 만 7년을 군 생활했죠. 요즘은 2년의 군생활도 제대로 못하고 쩔쩔매는 아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나라를 위해 몸 바칠 각오가 되어 있다는 이재춘 유공자는
아직도 총 들고 나라를 지키고 싶다고 한다.

나라 지키기 위해 결혼도 미뤄
 “휴전이 되고서야 결혼을 했습니다. 그 당시 결혼을 하면 격전지에 나가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에 부모님의 반대에도 결혼을 마다하고 참전을 했습니다.”
이재춘 유공자는 다시 태어난다면 나라 지키는 일에 일생을 바치고 싶다고 한다.
“나라를 사랑하려면 나를 버려야 된다고 가르쳤죠. 나라를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은 국민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는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자신의 목숨보다 귀하다고 말했다.
 “지난 해 훈장이 도착한 날이 마침 제 생일이었습니다. 제 생명과 바꾼 훈장이며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훈장이라 받는 순간 눈물이 흐르더군요. 우리 집 가보로 물려줄 생각입니다.”
저승에서 이승으로 환생한 기분이었다고 표현하는 이재춘 유공자, 그는 훈장을 받고 혼자 간직하고 있었는데 금호동장(김현주)이 방문해 이렇게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며 활짝 웃는 웃음이 마냥 행복해 보였다.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일제 36년 동안 귀 막고 눈물 나게 세상을 살았습니다. 그 당시 우체국에 다니다가 일본군에게 잡혀가 만주로 도망쳤어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학교를 다녔죠. 공부가 희망이었습니다. 알아야 나라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지켜낸 나라입니다.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주는 공부가 필요하고 요즘 사람들 감사하며 살아야 합니다.”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이든 바라지만 말고 내가 국가에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아이들이 되기를 바란다”는 이재춘 유공자는 6·25 유공자 회원들을 만나면 아직도 또렷하게 결의문을 낭독하며 애국심을 간직하고 있다.

인생은 봄바람과 같은 것
“말은 조심하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합니다. 인생은 봄바람 같은 것입니다. 따라서 인생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참고 인내하는 삶이 성공한 삶입니다.”
87세이신 김재춘 유공자, 아직도 청년 못지 않은 그는 금호동에 홀로 거주하고 있다.
“경남 남해가 고향인데 포스코에 다니는 아들내외를 따라 2000년도에 이곳에 와서 삽니다. 아내가 35년 동안 당뇨병을 심하게 앓았습니다. 제가 옆에서 35년을 간병했지요. 아내 운동 시키려고 손잡고 해안가를 돌며 살아왔던 이야기하면서 인생을 살았습니다. 5년 전 아내가 떠나고 아들 내외는 외국으로 파견 근무를 떠났습니다. 허전하지만 어차피 인생은 혼자입니다. 욕심 부리지 않고 마음가짐을 늘 봄처럼 훈훈하게 만들며 삽니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건강하신 모습에 비결을 묻자 음식은 小食을 하고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며 살다 보니 예전보다 더 건강해졌다고 한다.

전우가 형제, 자식보다 더 귀하다.
“전우가 형제, 자식보다 더 귀하고 좋아요. 아마 비참하게 죽어가는 전우를 수없이 보며 생사를 같이 했기 때문일 겁니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던진 이 한마디가 마음을 찡하게 했다.
금호동 목련연립에 거주하고 있는 이재춘 유공자는 금호동 어버이집 노인회 회장, 전라남도 6·25 참전 유공자회 운영위원, 6·25 참전 유공자회 광양시지회 감사와 금호동 분회장을 맡아 일하고 있다.

새해가 시작됐다. 새해 첫 동행 취재에 어떤 사람을 앉힐까, 어떤 사람이 적합할까 내심 고민했다. 처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14년은 정치, 경제 모두 어렵고 복잡다단했던 한 해였는데 을미년에는 정치, 경제 모두가 순풍에 돛을 달고 따뜻한 봄날이 되기를 바라며 새해에는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봄 꽃처럼 활짝 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재춘 유공자를 동행 취재했다.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훈훈한 전우애, 나라사랑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꽃 밭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2015년 새해에도 변함없이 아름다운 삶의 동행인들을 만나 소풍 나온 인생 이야기 소담스럽게 집필할 것을 고백하며 광양경제신문 독자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기를 기원한다.   

조경심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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