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본지대표이사/발행인

갈수록 자영업자가 설 공간이 좁아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영세자영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2010년 말 전체 사업체 335만개 중 종사자 5인 미만 개인사업체는 76%(256만개)에 이른다. 주로 영세 도소매업과 음식ㆍ숙박업체들이다. 이들 업체에서 일하는 이들은 454만명으로 전 사업체 종사자의 25%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업체의 연간 매출은 270조원으로 전체의 6%에 불과하다. 작년 4대 그룹(삼성ㆍ현대자동차ㆍLGㆍSK) 매출액이 640조원에 이른 것에 비하면 참으로 보잘것없는 수치다. 경영 실태를 들여다보면 더욱 딱하다. 5인 미만 개인사업체의 평균 매출액은 1억600만원에 불과하다. 임차료와 종업원 급여, 재료비 같은 비용을 빼고 남는 영업이익이 매출의 25%에 이른다고 하지만 여기에는 업주의 인건비가 포함돼 있다. 업주가 일한 대가를 2700만원 이상으로 계산하면 실제로는 적자인 셈이다. 한 해 매출이 5000만원 이하인 업체가 전체의 절반인 131만개에 이른다. 이들 업체의 평균 수명은 7년 반 정도다. 음식ㆍ숙박업체의 3분의 2, 도소매업체의 절반은 시작한 지 5년이 채 안 된다. 한마디로 생계형 자영업이 어지럽게 명멸하고 있는 구조다.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하고 조기 퇴직자가 늘면서 너도나도 적은 자본으로 쉽게 손댈 수 있는 자영업을 시작하고, 난립한 업체들이 과열 경쟁을 벌이다 금세 폐업하고 마는 것이다. 이처럼 생계형 영세자영업자만 넘치는 경제는 성장 활력을 잃기 쉽다. 온갖 불균형과 양극화 문제도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소수 대기업과 혁신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저부가가치 영세자영업 간 생산성 격차가 문제다. 한국은행은 2006년 이후 실질소득 증가는 노동과 자본 투입 증가보다는 생산성 향상에 힘입은 바 크다고 분석했다. 우리 경제가 생산성 주도형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세자영업은 생산성과 무관한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창조적 지식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걸 의미한다.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키우는 정책 역시 구두선에 그치고 있다는 뜻이다. 자영업자들도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는데 힘을 써야 한다.
소규모 자영업도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또한 고객들의 욕구가 무엇인지 파악하는데 게을리 해서도 안 되며 보다더 적극적인 마케팅에도 앞장을 서야 한다. 특히 창업할 때는 체계적이고도 구체적인 상권분석과 업종 선택이 중요하다 하겠다. 그렇지 않고 섣불리 창업을 하다가는 십중팔구 실패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상공인 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생계형 창업이 80.2%를 기록한 가운데 창업 후 1년 내 7만개(16.7%)가 폐업하고, 창업 3년 후 생존율은 53.4%로 급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과정과 사전교육이 필요하다 하겠다.
광양시 역시 갈수록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근본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자영업이 살아야 광양경제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자영업 활성화 대책을 그 어느 때보다 구체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절실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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