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호 국립순천대학교 박물관장

지난 6월28일에 전주에 있는 전북대 박물관에서 열린 2012년도 국립대학교 박물관협회 워크숍에 참여하였다. 이번 워크숍 주제는 ‘주5일제 수업에 따른 국립대학 박물관의 역할과 대안제시’였다. 올해부터 전면적으로 실시된 주 5일제로 활성화된 토요방과후 학교프로그램을 공동으로 모색하기 위한 대회였다. 부산대학교, 군산대학교, 목포대학교 등의 사례가 발표되었다.
이런 사례들은 현재 국립순천대학교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토요방과후 프로그램과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었다. 이들 대학에 대해 올해 우리 박물관에서 진행되는 ‘신나는 박물관학교’ 프로그램은 전남도교육청과 연계되어있고, 16주간이라는 장기 프로그램이고, 다양한 체험학습이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수하다. 올해 말이나 내년에 우리 프로그램을 발표하면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박물관이 초중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고민하는 것은 기존 박물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있다. 대학박물관을 일반적으로 고고유물 발굴과 보존에 대한 학술연구 기능을 하는 곳으로 많이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10여년동안의 대학박물관 사업들을 보면 대학박물관의 역할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한국대학박물관은 한국전쟁이후 1960년대부터 일반적으로 설립되기 시작했다. 초창기 주요업무는 일제강점기와 6.25를 거치면서 흩어진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고 연구하는 것이었다. 1960년대 이후 경제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매장문화재를 발굴하고 조사하고, 이 과정에서 관련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대학박물관의 주업무가 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에 매장문화재 발굴기관들이 크게 증가하게 됨에 따라 대학박물관의 발굴을 포함한 학술조사 기능이 크게 줄어들었다. 2010년 발굴허가 수를 보면 발굴 전문기관이 88.1%를 차지하는데 비해, 대학박물관은 6.7%에 불과하다.
이후 한국대학박물관은 학술연구기능에서 벗어나 다양한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유적답사, 박물관대학, 초중등학생 대상 체험학습 등 다양한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새롭게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대학박물관의 발굴조사와 사회교육 비율이 1990~1992년에는 57% 대 2%였는데, 최근 2010~2012년에는 12% 대 72%로 크게 역전되었다.
일부 대학박물관들은 이보다 더 나아간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광주교대 박물관은 미술이나 디자인관련 학과의 졸업작품전을, 충남대학교 박물관은 대학축제와 관련된 음악회와 무용제를, 전남대학교 박물관은 터키, 아프리카, 인도 등 세계문화체험행사를, 단국대학교 박물관은 한복연구 및 패션쇼를, 숙명여대 문신박물관은 창작시 발표회, 창작연주회, 가곡의 밤 등을 열고 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대학박물관은 단순하게 유물을 보관하는 수장고에서 음악, 무용, 미술, 디자인, 사진, 패션, 문학 등 같은 다양한 문화·예술이 전시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국립순천대학교 박물관도 올해부터 단순한 학술연구기관에서 벗어나 다양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려고 한다. 전남동부지역을 대표하는 종합박물관의 지위를 지니고 있는 박물관으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올해 다양한 사회교육프로그램과 전시프로그램을 운영했거나 실시하려고 한다. 사회교육프로그램으로는 올해 순천대학교 신입생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시해설 교육, 순천지역 초중등 학생 5000명을 대상으로 한 교과연계 ‘어린이박물관학교’, 도교육청과 연계한 토요방과후학교인 ‘신나는 역사학교’ 16주 프로그램(20명씩 두 반), 전남지역 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해양실크로드와 한반도’ 역사다큐전 연계 체험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전시와 관련해서 올해 상반기에 ‘광양에 꽃피는 역사와 문화’라는 고고유물전, 호치민 옥중시 서예전, 해양실크로드와 한반도 역사다큐 사진전을 열었고, 하반기에는 북아트협회전, 한국전통고건축 사진전, 순천지역 미술협회 협회전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외에도 현대 한국판화협회전, 순천 운평리 가야유물전, 알타이 고고사진전, 한국전통의상전등을 내년에 고려하고 있다.
이처럼 국립순천대학교 박물관도 학술연구 중심의 박물관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의 재탄생을 모색하고 있다. 전남동부지역 문화예술단체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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