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성 호 국립순천대 박물관장

5월을 맞은 전남 동부지역은 여수 세계엑스포를 맞아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광양도 이에 맞추어 이순신대교를 임시개통하고 월드서커스 축제를 열고 있다. 이번 2012 여수 세계엑스포의 슬로건은 ‘사람과 바다의 상생’이다. 해양자원이 고갈되고 오염되어가는 상황에서 적절한 주제이다. 앞으로 사람과 바다가 지속적으로 평화롭게 공존해나가기를 그 누가 반대하겠는가. 바다와 상생을 추구하는 데 있어 지난 수 천년 동안 인간이 해양과 어떻게 생존해왔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순천대 박물관은 인류가 해양과 더불어 공존해왔던 ‘해양실크로드와 한반도’ 역사다큐 사진전을 기획 전시하게 되었다.
해양실크로드는 한반도,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 서남아시아로 이어지는 바닷길을 말한다. 이 길은 중국의 도자기와 동남아시아와 인도의 향신료가 오갔기 때문에 ‘도자기의 길’이나 ‘향신료의 길’로 불리기도 한다. 해양실크로드는 육상 실크로드가 쇠퇴하고, 중국 당나라 이래 조선술과 항해술의 발달로 대량수송이 가능해지고, 특히 8세기 이후 이슬람제국이 해상무역에 적극 참여함으로서 활성화되었다. 해양실크로드의 동아시아 출발점으로 중국 천주(泉州)가 일반적으로 거론되어왔다. 송나라 원나라 시기 천주는 세계 100여 개국과 교류하면서 동아시아 최대 무역항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해양실크로드와 한반도’ 전은 해양실크로드의 출발점을 한반도로 잡았다. 한반도 관점에서 해양실크로드와 대양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시회를 여는 첫 작품으로 한반도 최남단 여수항을 출발하는 여객선 모습을 잡은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또한 역사적으로도 한반도는 해양실크로드 동쪽의 주요 무역거점이었던 점도 고려했다. 삼국시대의 사천지역의 늑도항, 신라통일시대의 장보고가 주도했던 청해진, 고려시대 예성강의 벽란도 등은 모두 중요한 국제무역항이었다. 청해진이나 벽란도등은 동아시아 해역뿐만 아니라 멀리 이슬람상인과도 직접 교역 했던 것이다.
이런 박물관 기획은 박하선 작가와 만남이 계기가 되었다. 박하선 작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작가들에게 주어지는 World Press Photo Award 상을 수상한 훌륭한 사진가이다. 또한 박하선 작가는 선장자격증을 지니고 9년간 직접 대양을 직접 누비면서 바다를 찍었기 때문에 국내에 있는 어느 누구보다 바다를 잘 아는 작가이기도 하다. 이번 역사다큐 사진전은 박하선 작가가 지난 30년 동안 직접 찍었던 사진을 바탕으로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순천대 박물관과 같이 논의하여 추가로 찍은 100여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경주, 여수, 완도 등 한반도 남해안, 중국 천주, 베트남, 말라카해협, 인도네시아 등이 이번에 추가된 부분들이다.
<해상실크로드와 한반도> 역사다큐 사진전 기획은 전남도교육청 장만채 교육감의 결정으로 현실화될 수 있었다. 전남도교육청은 작년부터 전국 최초로 선상무지개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해왔기 때문에 이번 전시의 중요성과 의의를 이해할 수 있었다. 선상무지개학교 프로그램은 바다와 섬으로 둘러싸인 전남청소년들에게 해양 선상체험교육을 통해 미래를 힘차게 개척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려는 의도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도 선상무지개학교와 비슷한 교육적 목표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와 더불어 순천대학교 박물관 1층에 선상무지개학교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코너를 같이 설치했다. 이번 전시는 순천에서만 끝나지 않고 8월에는 목포지역 순회전을 통해 전남 서부지역 청소년들에게도 해양을 새롭게 보게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한다. 그리고 대학 최고박물관으로 성가가 높은 고려대학교 박물관을 통해 서울 순회전을 가을에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
전남은 해양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지역이다. 해양의 관점에서 보면 전남은 서울의 변방이라기보다 태평양을 향한 유라시아대륙의 전진기지가 된다. 이번 기획전을 통해 전남지역 학생들에게 이러한 진취적인 의식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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