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성 수 순천하늘씨앗교회 목사

어제가 스승의 날이었다. 제자는 있는데 스승이 없고, 또 스승은 있는데 제자가 없다는 탄식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한 때는 스승의 그림자를 밟아서도 안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스승이 존경을 받은 적도 있었지만, 요즘 스승들은 아예 그런 존경을 받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스승의 권위와 교권이 땅에 떨어진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딱히 누구의 잘못이라고 지적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엄격히 말해 선생보다는 진실한 스승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다. 스승과 선생이 같은 말이 아니냐고 따지고 든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나름대로 차이는 있다. 선생은 단순하게 지식을 전수 받아 그 지식을 그대로 전수해 가르치는 자를 뜻하지만 스승은 다르다. 스승은 지식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삶을 가르치는 자를 말한다. 고로 스승의 일거수일투족이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겠다.
선생에게 있어서 교과서는 책이지만 스승에게 있어서는 당신 삶이 바로 교과서인 셈이다. 하지만 오늘날 선생은 오로지 지식의 잡화상 노릇만 하면 되는데 뭐하려 애써 삶을 가르치려고 하겠는가. 그럴 필요도 또 그러고 싶지도 않은 것이다.
물론, 이 세상에는 좋은 선생들이 많은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가난한 제자들에게 물질을 써가면서 성심성의껏 지도하는 선생도 있고, 어떻게 하던지 올바른 제자하나 길러내 보려고 몸부림치는 교사도 많다. 문제는 학교 시스템이다. 모든 학교의 목표가 어떻게 하면 좋은 대학교에 진학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언제 아이들 인성교육에 신경 쓸 여력이나 있겠는가. 그리고 부모들조차 오로지 내 자식만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면 된다는데, 굳이 인성교육을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敎育)의 주된 목적은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내는 데 있다.
교육이라는 한자 자체만 해도 그렇다. 교(敎)는 부모에게 효도하는 원리를 가르치는 말이고, 육(育)은 신체와 머리를 동시에 성숙시킨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교육은 오로지 이론적인 지식만 잘 가르치면 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다들 알고 있다시피 교육을 영어로는 에듀케이션(education)이라고 하는데, 이 뜻 역시 잠재된 가능성을 밖으로 끄집어 내 준다는 뜻이다. 그것이 바로 지식을 뜻하는 날리쥐(knowledge)와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이 말 역시 ‘알다(know)’와 ‘선반(旋盤)’ 또는 ‘광맥(鑛脈)’을 뜻하는 ‘레쥐(ledge)’로 합성된 말이다. 지식이란 아이들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과 스스로 가치 있는 삶의 광맥을 찾아내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교육 현실은 그런 뜻과 너무나 멀어지고 말았다.
공자는 배움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종일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거듭 생각해봤지만 가르치고 배우는 것보다 더 기쁜 일은 없더라” 고. 교학상장(敎學相長)이 바로 그렇다. 사람은 일평생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또는 배우다가 한 생애를 마감하는 존재들이다. 결국 가르친다는 것은 마음의 밭고랑을 가르고 거기에 씨를 뿌려 사람다운 사람으로 길러 내는 장인정신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게 바로 ‘장인(匠人)’을 뜻하는 ‘테크톤’에서 선생님을 뜻하는 ‘티쳐(teacher)’가 파생됐던 것이다. 장인정신은 하루아침에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혼신의 힘을 쏟아야 가능한 법이다. 하물며, 사람을 가르치는 일이야 오죽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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