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광양 비츠 호
환갑이 넘은 나이에 젊은 사람도 쉽지 않은 배낭여행을 아내와 단둘이 떠나는 것이 설레임만은 아니었다. 두려움도 있었지만 오래전에 아내에게 약속한 일이라 여행 예정지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수집하고 2월17일 광양비츠에 올랐다.
배의 길이 150m, 폭 25m, 높이 13m, 사람 750명과 화물 200TEU를 함께 실을 수 있는 16천M/T의 큰 배였다.
1912년 하포항에서 첫 출항했던 광양, 시모노세키간 여객선이 100년 만에 다시 부활한 것이다. 전라남도의 동쪽 끝 조그만 농촌도시가 제철소가 생기고 「컨」부두가 들어오더니 이제는 외국을 나가는 국제여객선이 취항을 했다. 가슴이 뿌듯해지는 뜨거운 감회를 숨길 수 없었다. 자랑스럽다고 생각했다.
배는 밤 9시경이 되니 기적을 몇 번 울리고 「컨」부두를 지나고 전깃불이 휘황찬란한 제철소와 여수공단을 스치고 먼 바다로 나갔다. 바람이 다소 차가웠으나 갑판 위에서의 풍광은 동화 속 나라와 같았다. 시모노세키까지는 9~10시간이 걸린다고 하였다.
큰 불빛들이 점점 작아지고 없어질 쯤 침대로 돌아와 잠을 청해 보았으나 눈은 말똥거리기만 할 뿐 잠은 오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배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아! 이제 현애탄을 지나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현애탄은 파다가 높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 왔기 때문이다. 조금만 지나면 잠잠해지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배는 더욱 심하게 흔들렸고 급기야 나는 배멀미를 시작했다.
날이 밝아오고 시모노세키 연안이 눈에 보일때까지 배멀미는 계속되었다. 배에서 내릴때 (전)국회의원 김재호 어르신을 마주쳤다. 광양시의 명예대사자격으로 시모노세키시청을 방문하는 길이였다.
나는 걱정하는 마음으로 배가 흔들려 고생하셨느냐고 여쭈었더니 웃으시면서 「아니! 배가 이 정도는 흔들려야 배 타는 맛이 나지. 나 수산고등학교 출신이야.」 하였다. 여든이 넘은 노인이 피곤한 기색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나는 두려웠다. 돌아갈 때는 비행기로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당초 계획은 오사카에서 「팬스타」크루즈훼리를 타고 세토내해를 거쳐 부산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세토내해는 선친께서 젊은시절 오사카와 시고꾸를 배로 가끔 다니셨다는 해로였기에 지나보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올때도 광양비츠를 탔다.
김재호 (전)의원님의 말씀이 결국 나의 생각을 바꾸게 한 것이다. 올 때는 단단히 대비를 하였다. 배 안내소에서 멀미약을 구해 먹고 일찍부터 잠을 청했다. 잠에서 깨어나보니 배는 여수 앞 바다에 와 있었다.
오는 배에는 서울, 광주 등 외지 승객이 대부분이었다. 유명 여행사를 통해 왔다고 했는데 광양전주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부산보다 유리한 점이 많아 이쪽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여행사들이 규슈 중심의 관광코스를 주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시모노세키를 비롯한 서일본 지역의 관심을 유발시키지 못하고 있고 기존의 부관훼리(부산선적)와 관부훼리(일본선적)의 텃세가 엿보이고 조정을 기대할 만한 야마구찌 지역 상공분야도 못 본척 하는 것 같았다.
일주일동안 서일본지역과 히로시마, 효고현을 돌아 다니며 우리의 배를 홍보했다. 광양훼리를 타고 일본에 왔다고, 광양훼리는 나의 배고 우리 광양의 배라고 생각했다.

김휘석 前 광양시농업기술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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