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선 화 순천대 교수

나이를 먹어가면서 언제부터인가 ‘어떻게 살아야 나중에 눈감는 시점에 그래도 내가 잘 살아왔다’ 라며 미련 없이 웃으면서 눈을 감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했었다. 그러던 20여 년 전,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500여명을 인터뷰하고 다니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80세가 갓 넘으신 할머니를 찾아뵈었었다. 첫 인상이 굉장히 밝으시고 얌전하신 분이었다.

인터뷰 내내 그 분의 아름다운 얼굴모습에 빠져들어 인터뷰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까봐 얼굴을 안 보려 노력했었다.
그러면서 조각처럼, 어느 누가 봐도 아름답게 생긴 얼굴은 아니었는데 내가 왜 그리 그 분을 아름답다고 느끼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어 인터뷰 내내 속으로 내심 그 답을 찾으려고 노력을 했었다.
그리고 내 나름 내 린 결론은 그 아름다움은 밝고 편안한 모습에서 온 것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밝고 편안한 모습이 될 수 있었을까? 인터뷰가 끝난 후, 그 할머니께 나는 질문을 했다. “할머니, 참 삶이 편안하셨나 봐요.” 할머니는 내 질문에 빙긋이 웃으시고는 아무 대답을 하시지 않으셨다.

그 모습에서 나는 내 질문이 우문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인생 말년에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면 굴곡이 없는 경우가 어디 있을까. 나름대로 다 힘든 시기는 있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저렇게 편안한 모습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어떻게 마음관리를 하고 살아왔냐는 것에 달려있으리라. 욕심과 집착이 있으면 저런 모습이 될 수 없으리라.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는 점차 욕심을 비우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바쁜 삶에 쫓기다 보면 어느 새 그것을 잊고 살면서 얼굴에 그 모습이 남는 것이 아닐까.

그 집을 나서면서 나도 다음에 나이 먹어서 저 할머니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었다. 그러면서 공자님의 40대 불혹, 50대 지천명, 60대 이순, 70대 종심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40세를 전후해서는 주변의 유혹을 뿌리치고 자기의 중심이 서 있어야만 나머지 인생이 편안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이고, 50세가 될 때까지 도리를 잘 알고 살아오면 하늘의 뜻을 자기도 모르게 알게 되며, 이는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마음에서 욕심을 자꾸 비우면서 살다 보면 60세가 되어서는 어느 순간에서도 화를 내지 않을 정도로 자기 순화가 되어 있게 되고, 또 그렇게 되어야 나머지 삶도 행복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 70세가 되어서는 법도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내 나름대로 해본다.

모든 사람이 각 나이에 이르러서 자연스럽게 그런 행동들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하나씩 내려놓고, 자기 삶을 관조할 수 있는 자세에 있었던 사람만이 이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공자가 말한 이런 모습이 되다 보면 인생 말년에 아름다운 얼굴모습을 가지지 않을까?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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