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평 섭 국민은행동광양지점장

“가지고 있는 펀드를 언제 환매하는 게 좋을까요?" 요즘 은행을 찾는 고객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펀드' 라는 생소한 단어가 사람들과 친숙해진 것은 겨우 5년여밖에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높은 수익으로 모두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주었으나 2007년 금융위기로 두둑했던 펀드 수익률이 본전을 지나 손실로 들어서자 사람들의 마음고생이 시작되었다.

그러다 최근 들어 코스피지수 상승으로 원금을 거의 회복한 상황이니 펀드를 보유하고 있는 고객들의 환매에 대한 고민이 이해가 간다.흔히 “주식투자는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하는데 어찌 주식투자만 그렇겠는가? 펀드투자도 역시 매매의 타이밍이 중요하다. 같은 펀드상품이라도 언제가입하고 언제 환매했느냐에 따라 수익률은 많은 차이가 난다. 그중에서도 환매시점은 가입시점보다 훨씬 중요하다. 아무리 시기를 잘 골라 투자하더라도 빠져 나오는 시점이 나쁘면 기껏 죽 쒀서 개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펀드에 가입할 때 ELS나 ELF,그리고 적립식펀드의 경우에는 만기를 설정하게 되어있다. ELF의 경우 환매수수료를 내고 중도해지가 가능하나 만기가 되면 자동해지 된다. 그에 반에 적립식펀드는 만기가 있기는 하나 만기가 되었다고 꼭 찾을 필요는 없다. 만기연장하면 추가불입이 가능하므로 향후 주식시장 전망이 좋다면 굳이 찾거나 다른 펀드로 갈아탈 필요는 없다. 목돈을 예치하는 거치식펀드는 수수료가 부과될 뿐 중도해지나 만기의 제약이 전혀 없음을 알아두면 환매시기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환매할 때 수수료도 가벼이 넘길 수 없다. “장기투자는 펀드"라고 할 만큼 펀드는 장기투자에 유리한 상품이지만 가입한지 얼마 안 돼 해지하면 그간 올린 수익의 상당부분을 운용사에 물어야 한다. 일종의 벌금인 셈이다. 만일 수익이 1000만원인데 700만원이 수수료라면 굉장히 속이 상할 것이다.

이런 경우 환매대신 펀드담보대출을 받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이는 급하게 돈이 필요한데 잘 나가는 펀드를 환매하기 싫을 때 활용하면 좋다. 아울러 세금도 꼼꼼히 따져야 할 부분이다. 대부분의 펀드는 해마다 결산을 통해 펀드의 수익을 배분하지만 일부펀드의 경우 환매시점에 한꺼번에 수익이 잡혀 예기 못했던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주식을 매매할 때 분할매수, 분할매도를 강조하듯이 펀드도 한 번에 환매하기보다는 나눠서 환매하는 게 좋다.

펀드 통장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 “A씨”는 펀드를 쪼개서 환매한다. 특히 요즘처럼 주가가 불확실하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A씨의 분할환매원칙은 높이 살만하다. A씨에 의하면 “펀드를 굳이 여러 개로 쪼개 놓는 것은 펀드를 가입할 때 이미 환매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거치식펀드는 분할환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쪼개놓을 필요는 없지만 적립식펀드는 분할환매가 안된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펀드투자에서 성공적인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B씨는 펀드환매 타이밍을 주가전망대신 자신만의 목표수익률에 맞추고 있다. 이러한 자신만의 원칙을 가지고 있기에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과감하게 환매를 하여 수익을 챙기고 있다. 그는 주가가 상승추세에 있어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오르면 더 오를 것 같고 떨어지면 본전 생각이 나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펀드는 가입할 때보다 환매할 때 훨씬 더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그래서 전문가도 펀드환매 시기를 적극적으로 충고하기는 쉽지 않다. 투자자 스스로 자기만의 펀드환매 기준을 정하고 금융전문가의 조언을 들어 판단하는 게 가장 좋다.
이를 소홀히 해서 환매타이밍을 놓치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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